우리나라 최초의 공적 연금인 공무원 연금은 최근 강도 높은 연금 개혁을 놓고 진통을 겪는 중이다. 1960년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첫 적자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10조원가량 적자를 냈고, 이 돈은 고스란히 혈세로 메워왔다. 고령화와 연금 수급자 증가에 따라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향후 10년간 적자 규모는 5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산했다.
공무원연금이 이처럼 기록적인 적자 행진으로 온 국민의 짐이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 때문이지만, 기금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공무원연금 기금 규모는 1982년 7700억원에서 꾸준히 늘어나 1997년 6조201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는 금리가 두 자릿수일 때여서 기금을 크게 불리기에 적기(適期)였지만 대부분 자금을 정부에 예탁하거나 국·공채 등에 묻어두며 기회를 놓쳤다. 또 기금을 주택자금 대부나 연금 매장 같은 복지사업에 쓰는 바람에 막대한 기회비용을 날렸다. 1999년 당시 행정자치부 집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만들어진 1982년 이후 17년간 기금 증식 사업의 수익률은 연평균 11.8%에 그쳤다.
이 기간 회사채 수익률(연 14.2%)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공무원연금은 기금 중 일부를 지불준비금으로 따로 떼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했는데, 이 수익률만 해도 연평균 13.5%였다. 당시 기금 증식 사업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금 성장기 투자 기회를 놓친 공무원연금은 2000년대 들어 주식 투자와 대체 투자 등의 비중을 늘리면서 더 공격적 투자에 나섰지만, 이미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 장기·분산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기금 운용도 단기 성과에 급급해 하는 바람에 뒷북 투자로 손실을 내기 일쑤였다. 가령 공무원연금은 2000년 주식에 3711억원을 직접투자했다가 1911억원을 날리는 등 2000년 이후 4년간 주식 투자로 6.6%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반면 이 기간 국민연금은 7.5% 수익을 냈다. 국민연금은 주가가 빠졌을 때 오히려 투자 비중을 늘렸지만, 공무원연금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공무원연금은 뒤늦게 해외 부동산이나 대체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준비가 부족한 탓에 번번이 손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