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노후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이 내년 기금 규모 500조원을 돌파하며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올라선다. 현재 1년에 50조원씩 늘어나는 국민연금은 갈수록 속도가 빨라져 2022년쯤에는 1000조원대로 몸집이 커진다. 그러나 덩치는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운용 수익률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세계 주요 6대 연기금 중 꼴찌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도 6.9%로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 등 다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26일 본지가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2020년에 기금 규모가 892조원으로 현행 추계(847조원)보다 45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2040년에 이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727조원이나 더 불어난 3221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 한 사람당 5285만원씩 돌아가는 액수로, 그만큼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수익률을 매년 2%포인트씩 늘린다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분석에 따르면 수익률을 매년 2%포인트 높일 경우 2040년에는 기금 규모가 애초 추계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난 41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수익률을 2%포인트 높였을 때 늘어나는 기금 증가분은 2040년까지 1637조원으로, 가입자 1인당 1억1913만원꼴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2060년으로 예상)을 늦추고,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개편하는 부담을 줄여 결국 미래 세대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을 4년, 2%포인트 높이면 11년 연장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연금'인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늘어나는 2040년까지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말한다. 수입이 지출보다 많을 때 부지런히 자산을 불려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사연 원종욱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해외 연기금보다 저조한 것은 채권 위주의 소극적 자산배분 때문"이라며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적극적 자산배분과 장기투자 전략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