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게 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15번째 FTA 동반자가 됐다. 베트남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에 빠진 양국 간 공산품 수입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그 결과 한국 제품의 베트남 수출 길이 더 열리게 됐다.
베트남은 총인구 9342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으로 내수(內需)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국가이다. 전문가들은 "한·베트남 FTA로 베트남을 넘어 내년 말 출범하는 총인구 6억4000여만명, 국내총생산 3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제품 100개도 無관세
이번 FTA로 베트남의 시장 개방화율(현재 무관세이거나 15년 내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의 비율)은 기존 86.2%에서 92.2%로 높아진다. 교역액 기준으로는 7억4000만달러, 품목 수로는 200개가 추가 개방된다.
특히 한·아세안 FTA에서 미개방 품목이던 화물차(5·20t)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3000㏄ 이상 승용차, 자동차 부품, 화장품, 생활가전(냉장고·세탁기·전기밥솥) 등도 개방돼 대다수 공산품이 혜택을 입게 된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은 "이번에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화에 합의해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경우 섬유·의류·기계·자동차 부품 등 100개 품목을 정해 무관세로 대우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건설, 도시계획·조경 등 분야를 개방하며 6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한 원산지증명서도 면제된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송금(送金) 보장과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 절차도 보다 구체화하기로 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3300여개의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기업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産 꿀·냉동 돼지고기 등 곧 무관세 수입
이번 한·베트남 FTA에서는 쌀을 비롯해 고추·양파 등 신선(新鮮) 농산물 대부분이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건조하거나 냉동된 양념채소 일부와 수산물 등이 단계적으로 개방돼 국내 농가와 어민들이 영향을 받게 됐다. 건조 생강(377%·이하 현 관세율)과 건조 마늘(360%), 냉동 마늘(27%)은 10년 후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현재 연간 53t 정도 수입되는 천연꿀(관세율 243%)도 15년 후 관세가 제로(zero)가 돼 양봉 농가들의 대응책 마련이 주목된다. 건조팥(420%)은 15년 후, 삼겹살을 포함한 냉동 돼지고기(25%)는 10년 후 각각 무(無)관세 대상이 된다.
수산물의 경우 실뱀장어는 즉시 무관세로 들어오고, 가자미·넙치·방어 등은 3년 후, 냉동 가오리·조제오징어·성게·복어 등은 5년 후에 각각 관세가 없어진다. 정부는 새우에 대해 저율(低率)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 물량을 조절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산 망고(현 관세율 30%), 파인애플(30%), 두리안(45%) 같은 열대과일은 10년 후 관세가 철폐돼 가격이 최고 30% 정도 인하됨에 따라 국내 소비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