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중견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다시 약진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5위인 호반건설과 50위권인 중흥건설이 선두 주자다.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두 회사는 올해에만 1만 가구 넘게 아파트를 공급했다.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1만 가구 이상 공급한 곳은 6개이다.

호반건설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물량을 뺀 일반분양 가구 수로는 대형사들을 모두 제치고 업계 1위(공급량 기준)에 올랐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최근 잘나가는 중견 건설사는 우수한 자금력에 의사결정이 빠르다"며 "토지 매입부터 아파트 공급까지 스피디하게 움직이면서 시장 상황에 탄력 대응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아파트 完販…흥행 성공

호반건설은 이달 분양 예정인 시흥 목감지구, 수원 호매실지구 물량을 포함해 올해 18개 단지에 총 1만5365 가구를 시장에 내놓았다. 지난해 4271가구를 분양한 것과 비교하면 260% 정도 늘었다. 중흥건설은 1만2941가구를 분양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이지건설·반도건설·우미건설 등 5개 중견 건설사의 경우 올해에만 4만5454가구의 물량을 분양해 지난해(2만5163가구)보다 배 가까운 물량을 쏟아냈다.

올해 아파트 1만가구 이상 공급 건설사 그래프

중견 건설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상당수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줄줄이 쓰러졌다. 하지만 작년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자 자금력이 우량한 기업 위주로 주택 용지를 확보한 것이 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이들은 지방혁신도시, 세종시, 동탄2신도시, 아산 테크노밸리 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지역 도시공사에서 나오는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적극 참가했다. 박철희 호반건설 전무는 "작년 말과 올해 초 확보한 택지가 많아 분양 물량을 많이 늘릴 수 있었다"며 "내년에는 동탄·고양·의정부·시흥·송도 등 올해 확보한 주택용지에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분양 성적도 양호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시공 능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덕분이다. 우미건설이 올 3월 분양한 경북 '경산·신대부적지구 우미린'은 계약 시작 11일 만에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호반건설이 올 10월 충남 아산탕정지구에서 분양한 '천안불당호반베르디움3차'는 일반분양 736가구에 청약자만 1만699명이 몰렸다.

◇11년 만에 最多 아파트 공급…毒 될 수도

내년에도 중견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 확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분양시장 활황으로 자금 여유가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주택용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은 내년에 올해보다 소폭 증가한 1만30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고, 올해 6685가구를 공급한 반도건설은 내년 상반기에만 34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김정호 반도건설 팀장은 "올해 6~7개의 부지를 추가 확보한 만큼 내년에도 김포·의정부·남양주 등 수도권 중심으로 올해보다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했거나 연내 공급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총 34만2000여 가구로 지난해(28만3000가구)보다 6만 가구 정도 늘었다. 이는 2003년(35만6000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하지만 이처럼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한 것이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 지원책 등 주택시장 활성화 신호에 맞춰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인기 지역에만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과잉 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가 심화되면 건설사나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