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과 내년 연초를 앞두고 대형 유통 매장의 개장과 재단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점포당 최소 1만5000㎡(약 4500평)가 넘는 쇼핑 매장 10개가 새로 문을 연다.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에 오픈함으로써 개장(開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새로 문을 열거나 재단장(리뉴얼)하는 쇼핑몰들은 가족 단위 고객을 최대한 흡인하기 위해 매장 면적 확장보다는 복도를 넓히고 문화 공간을 새로 꾸미고 있다.
◇애경이 터줏대감인 경기 수원에 롯데그룹 도전장
수원역에서는 롯데그룹과 애경그룹이 '개장 대(對) 증축'으로 맞붙는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은 경기도 수원역 바로 옆에 있던 옛 공장 터에 2년 동안 지은 연면적 23만4000㎡의 롯데몰 수원을 이달 27일 연다. 롯데몰 수원에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시네마가 입점한다. 수원지역 상권(商圈)은 2003년 수원역사(驛舍)를 지은 애경그룹의 유통부문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 수원점이 10년 넘게 장악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 빅3'가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가까운 빈 틈새를 롯데가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역은 교통 중심지다. 지금은 경부선·호남선·장항선·국철 1호선·분당선이 지나가는데 앞으로 수인선(수원~인천송도), 수원도시철도 1호선(수원~장안구청), 신수원선(인덕원~수원)도 예정돼 있다. 수원역에서 환승하는 승객만 현재 하루 18만명에서 42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애경은 이에 맞서 백화점을 증축하고 특1급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을 지어 전체 연면적을 롯데와 엇비슷한 19만4000㎡로 넓혀 다음 달 문을 연다. 롯데그룹은 올 12월에는 경기도 광명과 구리에 아웃렛을, 부산 기장군에 아웃렛·대형마트 등이 들어가는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동부산도 잇달아 열어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선다.
◇신세계와 코엑스몰, 서울 반포와 삼성동 새로 오픈
신세계그룹은 2012년 10월 인수한 서울 반포의 센트럴시티에 1만5000㎡(4500평)짜리 고급 식당가인 파미에스테이션을 28일 연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시작으로 센트럴시티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작한다. 같은 건물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5개 층을 더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가구(家口)업체인 이케아는 12월 18일 경기도 광명에 한국 1호점을 연다. 품목 수가 8600여개로,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도 팔기 때문에 기존 유통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코엑스몰도 1년 8개월간 리모델링 공사를 거친 뒤 27일 새로 문을 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경기 김포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16만5000㎡ 규모의 아웃렛을 내년 2월 문을 열 계획이다.
유통업계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넉 달 동안 국내에서 문을 여는 아웃렛은 6개. 2~3년 전 땅을 사고 공사를 시작한 유통 기업들이 아웃렛을 본격 열고 있는 것이다.
◇복도와 쉼터 등 가족用 공간 늘려
이번에 문을 여는 매장 점포들은 가족 단위 이동 및 휴가 공간을 늘리고 있다. 단적으로 새로 문을 여는 모든 매장에는 같은 쇼핑몰 안에 예외 없이 극장(시네마)이 자리 잡고 있다. 복도도 넓어졌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경우 리모델링을 하면서 13만2000㎡이던 면적을 15만4000㎡로 16% 정도 늘렸지만 입점 브랜드 수는 331개에서 300개로 9% 정도 줄였다.
코엑스몰 관계자는 "고객이 움직이는 동선(動線)을 여유롭게 하고 공연 공간 등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롯데몰 수원의 옥상에는 생태공원이 들어섰고,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의 1층에 음악회를 열 수 있는 공연장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