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강세와 조업일수 감소, 주요 모델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4분기에 실적이 개선되고, 올해 생산·판매 목표치인 490만대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또 한전부지 인수 이후 약세를 보인 주가를 의식해 앞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중간 배당 실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환율에 발목 잡힌 현대차, “영업이익 전년 대비 18% 급감”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한 1조648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10년 4분기(1조2370억원)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이다. 당기순이익도 1조6151억원으로 28.3% 줄었다. 반면 매출액은 2.2% 늘어난 21조2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완성차 판매량은 112만8999대로 1.8% 증가했다.
현대차는 이번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환율을 첫손에 꼽았다.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판매가 늘었지만, 3분기까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평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6%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것. 환율 하락의 여파로 지난해 3분기 2조5940억원이었던 판매 관리비는 올해 3분기 2조8720억원으로 10.7% 증가했다.
추석 연휴와 부분 파업으로 인해 조업일수가 감소하면서 국내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현대차는 3분기 국내공장에서 38만8000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3.7% 감소한 수준이다.
◆ “4분기에는 상황 개선…올해 생산·판매 목표치 초과 달성할 것”
현대차는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까지 올 생산 목표인 490만대를 4%쯤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4분기에는 3분기보다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공장 가동률 개선과 신차 판매 비중 확대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있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준대형 세단 ‘아슬란’을 출시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25’, ‘i20’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 모델을 해외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이어 “국내·해외 포함해 올해 생산·판매 목표치였던 490만대는 4%가량 초과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내년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관점을 유지했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들이 여전하다는 것. 이 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 수요가 둔화해 내년 자동차 수요는 4.2% 증가한 872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 완화가 끝나면서 금리가 인상되고 이로 인해 할부 시장이 위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흥국 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희 본부장은 “인도나 중국은 시장이 커지고 전체 수요가 올해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브라질 역시 기저효과로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앞으로 배당 큰 폭 확대하고 내년 중간배당 실시도 검토”
현대차는 이 날 한전부지 인수 이후 약세를 보이는 주가와 관련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앞으로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주가는 한전부지 입찰 전날인 17일 21만8000원에서 이달 22일 15만7500원으로 1달 새 27.7% 급락했다. 2010년 9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원희 재경본부장은 “부지 인수 발표 이후 투자자 반응 등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주주정책의 하나로 배당을 앞으로 큰 폭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중간배당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한전부지 개발에 들어갈 대략의 비용도 제시했다. 이원희 재경본부장은 “개발을 위한 건축비, 부대비용으로 4조~5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 중 2조~3조원은 일부 시설 및 쇼핑몰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분양, 임대해 회수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드는 비용은 2조~3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9월말 현재 연결 기준 현금 보유량이 25조원 정도 되기 때문에 한전 개발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개발 기간은 인·허가 등을 고려해 4~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LF쏘나타 판매 꾸준히 늘 것…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 거의 끝나”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판매 부진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LF쏘나타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는 국내·외 모두 자동차 산업 수요가 SUV나 그랜저와 같은 대형 세단으로 옮겨간 것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희 재경본부장은 “LF쏘나타는 잘 달리고 잘 서는 기본기에 충실한 차”라며 “YF쏘나타처럼 초반에 불이 붙지 않았지만, 판매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국내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병행 판매할 예정이고 미국에서 1.6 터보 모델이나 2.4 스포츠, 2.5 터보 모델이 나올 예정인 점도 호재로 본다”고 덧붙였다.
연비 문제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파워 트레인 개발이 완료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희 본부장은 “스몰 오버랩(측면 충돌) 시험 등으로 기본 성능을 강화하면서 안전도를 높이다 보니 중량이 늘어난 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설계에서부터 감안해 안전은 강화하는 대신 중량은 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도 끝나가고 있다”며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차가 곧 나올 예정으로 연비 개선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