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보급과 LTE(4세대 이동통신)망 보급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영화, TV 프로그램, 음악 등은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파일을 내려받아 저장한 뒤 감상하는 '다운로드(download) 방식'에서 실시간으로 서버에 있는 콘텐츠에 접속해 감상하는 '스트리밍(streaming)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는 실시간으로 음악을 재생해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다. 미국의 '넷플릭스', 스웨덴의 '스포티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성장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반도체 업체들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 서버를 오가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한다. 이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서버용 D램과 데이터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가 반사 혜택을 보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데이터 저장에서 스트리밍 시대로!'라는 보고서에서 콘텐츠 이용 방식의 변화가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우선 가장 혜택을 보는 분야는 서버용 D램이다. PC, 서버의 임시 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램은 성능이 좋아질수록 데이터를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최근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서버용 D램에 적합한 'DDR4' D램 제품 리스트를 공개했다. DDR4는 이전 세대인 DDR3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 빠르고 사용 전력은 약 35% 줄인 제품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의 서버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최소 수백만 곡의 음악을 서버에 저장해놓고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를 듣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서버로부터 받아가는 데이터의 양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서버용 D램의 성능이 떨어질 경우 콘텐츠 재생이 지연되거나 중간에 끊기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또 다운로드를 할 때는 제한된 저장 공간 때문에 질(質)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고음질, 고화질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난다. 같은 콘텐츠라도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과 속도가 훨씬 개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미국의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UHD(초고화질)급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서버용 DDR4 D램의 수요는 앞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서버용 D램 시장은 올해 106억개(1기가비트 제품 기준)에서 2015년 140억8000개로 33%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서버용 DDR4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큰 호재(好材)로 작용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 호황"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대신 서버에 저장해야 하는 콘텐츠의 양 자체가 늘어나면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는 저정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버나 데이터센터에는 크기가 크고 속도가 느린 하드디스크(Hard Disk Drive) 대신 SSD가 많이 쓰이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의 양 자체가 늘어나면서 이를 저장할 SSD의 수요가 커지고, SSD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