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005930)실적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올 들어 부진하자 향후 실적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선진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애플과, 중국·인도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현지 저가폰의 공세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IM(IT·모바일)부문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던 만큼, 이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3분기의 부진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中 제조사 점유율 급상승…구글도 가격인하 부추겨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현재 핵심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를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무서운 기술력으로 우리를 쫓고 있는 중국 기업들 역시 대부분 안드로이드를 OS로 사용, 차별화가 안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애플은 자체 OS인 iOS를 통해 차별화된 이용자경험(UX)을 제공, 고가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비슷한 성능과 UX라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과감히 선택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시장에서 득세하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주요 6개 스마트폰 제조사는 세계 시장에서 2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삼성전자(28.2%)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100달러 이하폰 시장에서는 중국 레노버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OS 파트너인 구글 역시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갤럭시S5가700달러에 출시되면,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500달러대에 판매한다. 구글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요충지로 부상하는 인도에서 이런 전략을 펼치면서 10만원대 스마트폰 플랫폼 ‘안드로이드원’을 인도 마이크로맥스 등에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카란 타카르 수석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졌던 초저가 시장에서 강력한 대체재가 나온 셈”이라며 “가격 인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삼성전자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하드웨어 혁신만이 탈출구…B2B 시장 공략도 이익개선 한몫
삼성전자는 자체 OS인 타이젠 개발에 나서면서 탈(脫)안드로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노키아의 심비안과 블랙베리의 블랙베리 역시 iOS와 안드로이드에 대적할 만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확보에 실패, 결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고객 입장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면 높은 가격과 이익을 유지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가 매년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내는 것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요인은 결국 ‘혁신’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강력한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들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초 선보인 ‘갤럭시노트 엣지’의 경우 우측 옆면에도 디스플레이를 넣어 정보를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플렉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S6 등의 차기 전략 모델들이 출시된다면 시장 주도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도 향후 실적의 관건이다. IDC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17년까지 1810억달러(약 19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B2B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매출을 B2B 시장에서 거둔다면 일정 부분 이익 개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