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디스플레이 업계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퀀텀닷(quantum dot)' TV다. '양자점(量子點) TV' 혹은 'QD TV'라고도 불리는 이 TV는 빛을 내는 광원(光源)으로 형광램프 대신 퀀텀닷(양자점)을 사용한다. 퀀텀 닷은 전류를 흘리면 빛을 내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퀀텀(양자)을 넣은 반도체다.
현재 주로 쓰이는 디스플레이인 LCD(액정디스플레이)의 색 재현율이 70점, 차세대 TV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색 재현율이 100점이라면 퀀텀닷의 색 재현율은 110점에 이른다. 또 전력 소비가 적고, 두께도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차세대 TV용으로 유리한 여러 면모를 갖춘 디스플레이 장치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7월 한국·미국·호주에서 '삼성 큐닷 TV'란 상표를 등록했다. 이 때문에 독일서 개막한 IFA에 퀀텀닷 TV를 전시하고 올해 안에 제품을 시판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삼성전자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퀀텀닷 TV는 다양한 차세대 TV 후보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 제품 상용화까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상용화의 걸림돌로 가장 먼저 환경 문제를 꼽았다. 현재는 퀀텀닷 제작 과정에서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을 쓴다. 카드뮴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허 문제도 있다. 이 디스플레이의 원천기술은 미국 기업들이 갖고 있다. 제품을 상용화하려면 먼저 특허료 협상을 해야 하지만 아직 협상을 시작할 단계는 아니라고 삼성 측은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기술로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판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깜짝 놀랄 만한 고가(高價)로 제품을 팔아도 손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퀀텀닷 TV 시대가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2011년 이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개발해 발표했다. 일본 소니는 작년 이 기술을 일부 적용한 TV를 시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니는 올해 새 모델을 발표하지 않았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 아마존이 작년 말 발표한 태블릿PC '킨들 파이어 HDX' 모델도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쓴 제품이다.
LG전자가 퀀텀닷 TV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은 1일 중국 광저우(廣州) LCD 패널 공장 준공식에서 "일부 고객사와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애플이 새 아이폰에 이 디스플레이를 이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도 퀀텀닷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현석 부사장은 "관련 기술 발전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을 하면 바로 양산에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퀀텀닷 TV의 미래는 사실상 삼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TV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미국 등 선진국 고가 TV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이 퀀텀닷 TV 제조에 뛰어들면 다른 업체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수 업체가 제품을 양산하면 제품 원가가 하락하고 대중화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