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의 주택 관련 용품 유통업체 홈디포는 사상 첫 실적 쇼크를 받았다. 2006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나 줄어들면서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홈디포는 1978년 소비자가 직접 주택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DIY 콘셉트를 소개하며 등장한 뒤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의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 보수 및 서비스 수요가 급감한 탓에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홈디포의 부실한 고객 서비스에 불만인 소비자들이 경쟁 업체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2005년 고객만족도평가(ACSI)에서 홈디포는 조사 대상 업체 중 최하 점수를 받으며 꼴찌를 기록했다.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홈디포가 판매하는 물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홈디포에서의 쇼핑 경험이 유쾌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창고형 매장의 특성상 넓은 공간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불만이었지만, 매장 내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너무 부족했다.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쇼핑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요인이었다. 고객들에게 홈디포는 주택 관련 용품을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찾는 장소나 다름없었다.
홈디포는 고객의 쇼핑 경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변화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매장 내 고객 응대 직원들의 역할을 단순화했다. 부수적인 업무를 과감히 줄여 업무 시간의 최소 60%를 고객 응대에 할애하도록 하고 이를 '60·40 프로그램'이라 이름 붙였다. 특히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주말은 업무 시간 내내 매장 직원은 고객을 상대하는 데만 집중하도록 했다. 물건 진열, 재고 파악 등은 이 시간대에 할 수 없다.
기술 혁신도 도입했다. 무전기와 휴대폰의 기능을 섞어놓은 듯한 모바일 기기를 만들고 이를 퍼스트폰(FIRST Phone)이라 불렀다. 퍼스트(FIRST)는 '알아내고(Find), 묻고(Inquire), 존중하고(Respect), 해결하고(Solve), 감사한다(Thank)'는 영어 앞글자를 딴 것으로, 이 기기를 통해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매장 직원들은 손바닥만 한 퍼스트폰을 들고다니면서 물건 위치 파악, 근처 매장 재고 보유 여부 등을 빨리 알아낼 수 있다. 무전기처럼 매장 매니저 및 직원들과 소통하는 기능도 있어 계산대 줄이 길 때 이를 즉각 알리고 조치하는 데 특히 유용했다.
고객이 계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결제 절차도 간소화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도입, 계산 속도와 편리성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 그럼에도 홈디포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소비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전문팀이 나선다. 고객 문제 해결팀은 소셜미디어 등을 살펴보며 불만 고객을 찾아내고 직접 연락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전담한다.
매장 내 서비스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를 찾아가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워크숍을 열고 웹사이트에 생중계함으로써 고객들이 인테리어 전문가와 직접 얘기하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두 잇 허셀프(Do-It-Herself) 워크숍을 통해서는 주부 등 여성 고객들과 연대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홈디포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새 고객만족도 평가 점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또 2009년에서 2012년까지 홈디포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EBITDA) 증가율은 11%를 기록했다. 홈디포 사례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만큼이나 고객이 이를 경험하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