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너도나도 패션에 빠져들었다. 전체 취급고의 30~40%가 패션 상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패션 부문이 당분간 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상품군과 달리 홈쇼핑 주고객층이나 판매 방식과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쇼핑 주력상품이 4년 주기로 바뀌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 상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GS샵(GS홈쇼핑)과 CJ오쇼핑 전체 취급고에서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각각 39%, 3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패션 취급고 비중은 각각 33%, 35%를 기록했다.
GS샵은 2011년 전체 취급고에서 26%를 차지하던 패션 부문 비중이 2012년 28%에서 지난해 40%로 확대됐다. 지난해 패션부문 취급고는 1조2943억원이다. CJ오쇼핑은 패션부문 취급고 비중이 2011년 29%에서 2012년 31%, 지난해 35%로 커졌다. 지난해 패션부문 취급고는 1조1365억원이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패션 취급고가 각각 8770억원, 8580억원으로 집계됐다.
과거 홈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과 기능을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 홈쇼핑 패션도 ‘아줌마 패션’으로 불렸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마다 패션 PB(자체상품)제품 육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 신진 디자이너 육성, 스타일리스트를 내세운 패션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전문 패션업체 못지않게 패션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불황에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 사이 홈쇼핑은 디자이너와 협업을 강화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홈쇼핑 진출을 통해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좋다. 고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싼 디자이너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올 들어 GS샵 트렌드 의류팀·CJ오쇼핑 패션사업본부 신설
GS샵과 CJ오쇼핑이 패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CJ오쇼핑은 올 4월 중순 패션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패션 전문 기업과 맞먹을 정도의 이해와 조직도를 갖춰야겠다는 판단에서다. 본부가 TV, e사업(인터넷과 IT 관련 사업), 글로벌 3개에서 총 4개로 늘어났다. 패션사업본부는 강형주 상무가 이끌고 있다.
GS샵은 올 6월 차별화된 PB(단독제품)상품 육성 등을 위해 ‘트렌드 의류팀’을 신설했다. GS샵 패션부문은 크게 패션의류ㆍ레포츠ㆍ속옷 사업을 총괄하는 트렌드패션과 신발, 액세서리, 핸드백이 포함된 토탈패션으로 나뉜다. 트렌드패션은 동아TV 국장을 역임한 곽재우 본부장이, 토탈패션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을 거친 백정희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이들이 패션을 강화에 나선 것은 2011~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오쇼핑은 2001년 심설화, 홍미화 등 패션 디자이너의 파리·뉴욕 컬렉션 참가를 지원하며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2011년에는 유행을 선도하고자 트렌드사업부를 신설했다. 청담동에 오프라인 편집매장(다양한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 퍼스트룩마켓도 열었다.
CJ오쇼핑은 2012년 배우 고소영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고소영씨는 신사동에 위치한 CJ오쇼핑 패션브랜드 컨설팅 연구소 ‘오트렌드랩’에 출근한다. 지난해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와 협업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하는 ‘K패션 육성’ 방침을 발표했다.
GS샵은 2012년부터 손정완 디자이너와 협업을 시작으로 잇따라 협업 브랜드를 내걸고 있다. 같은 해 모르간, 보노보 등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패션그룹 보마누와와 브랜드 협업 협약도 체결했다. 일본 속옷 브랜드 세실과 세실엔느, 소포소피 브랜드에 대한 한국내 독점 사용권 계약도 맺었다. 지난해 2월초에는 손정완, 김서룡, 이승희, 홍혜진 디자이너와 손잡고 미국 뉴욕에서 패션 쇼케이스를 열고 협업 브랜드를 공개했다.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등 세계 4대 패션 도시에서 GS샵 글로벌 패션 프로젝트를 펼쳤다. 올해 서울 패션위크 동안에는 ‘GS샵 인스피레이션 2014’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한세실업과 홈쇼핑 SPA(패스트패션) ‘스테니’를 출시했다.
◆ 후발업체 “올해 패션에 집중…패션 취급고 끌어올린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3~4위 업체도 잇따라 패션 사업을 강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패션 취급고 목표액을 1조원으로 잡았다. 방송편성도 늘렸다. 지난 2011년 평균 24%였던 패션방송을 지난해 33%대로 늘린 데 이어, 올해는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 초에는 팀을 세분화해 트렌드에 신속함을 더하고 전문성을 강화에 나섰다. 패션사업부내 기존 3개팀(의류팀, 미용·잡화팀, 아동·레포츠팀)을 의류팀, 속옷팀, 미용팀, 명품·잡화팀, 아동·레포츠팀 등 5개팀으로 늘렸다. 패션사업부는 정병호 상무가 이끌고 있다. 정 상무는 1989년 금강개발산업 (현대백화점 전신)에 입사해 2001년부터 현대홈쇼핑에서 가정용품팀장, 생활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2%였던 취급 하고 패션 비중을 50%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롯데홈쇼핑 단독 브랜드 개발, 전략 상품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MD전략 센터 조직을 신설했다. 올 3월 패션부문 3개 팀을 4개 팀으로 세분화했다. 의류팀을 패션과 레저팀으로 나눴다. 앞서 MD(상품기획자), PD 부문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고 전략을 보강했다. 스타 쇼호스트 정윤정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고 롯데닷컴 패션 담당 임원이던 김형준 영업본부장을 선임했다.
◆ 선두업체 “패션 다음 리빙·인테리어 주목”
패션상품군은 4년간 성장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장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단가와 품목면에서 백화점과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 이미 홈쇼핑 명품의 판매가는 백화점과 비슷하다.
GS샵과 CJ오쇼핑은 패션상품을 대체할 차세대 유망 상품군으로 리빙(생활밀접 제품)과 인테리어 상품군을 선택했다.
CJ오쇼핑에서 가구를 포함한 인테리어 관련 상품 취급고는 2008년 52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90억원으로 확대됐다. 5년만에 50% 이상 늘었다. 올해는 12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CJ오쇼핑은 올 5월초 처음으로 인테리어 전문 프로그램 ‘조희선의 홈 스토리’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주로 백화점이나 별도 매장에서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가 있으면서도 저렴함 인테리어 용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었다.
GS샵은 생활·주방용품, 침구·인테리어, 디지털, 교육, 레포츠, 식품 등을 리빙 상품군에 포함시켰다. 올 2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리빙 상품 전시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