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31·사진)이 공식 석상에서 데뷔무대를 치렀다.

김동관 실장은 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 기후·에너지 컨퍼런스 2014'에 참석, 글로벌 태양광 사업 전망에 대한 발표를 했다. 최근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한화큐셀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 실장이 대규모 컨퍼런스 등 외부 행사에 참석해 사업 전망 등에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실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은 공개행사는 아니었다.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신기후 체제 관련 어젠다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카이스트(KAIST)와 녹색기술센터,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가 주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특별연설을 통해 '2030년 탄소제로(zero) 프로젝트'를 소개했으며,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조태열 외교부 2차관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연설을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이승훈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강성모 카이스트(KAIST) 총장,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등 학계 저명인사 및 에너지 전문가 400여명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 실장이 정부 고위 관료들과 저명인사들이 주목하는 행사에 초대돼 자신이 맡고 있는 업종의 사업전망을 발표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사실상 ‘한화그룹의 미래’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김 실장의 발표 세션 좌장을 맡은 성창모 녹색기술센터 소장은 “특별한 손님(special guest)을 모셨다”라고 그를 소개했다. 김 실장은 이날 발표 전후로 컨퍼런스 참석자들과 명함을 주고 받는 등 인사를 나눴으며, 사업파트너로 보이는 일부 인사와는 행사장 주변 별실에서 미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이 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 2014'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컨퍼런스의 두번째 순서인 ‘에너지 전환과 녹색기술’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김 실장은 “2020년이 되면 태양광 발전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며 태양광 사업의 전망을 밝게 봤다. 그는 “석탄과 석유, 원자력 등 기존 재래식 에너지의 집약도와 공급 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반면, 태양광 발전의 단위당 설치 비용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김 실장은 “2010년 태양광 발전이 전체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정도에 불과했지만, 설치 비용과 발전 효율을 개선한다면 태양광 발전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태양광 발전의 생산 비용은 2010년보다 20% 정도 감소했다”며 “태양광 발전의 수익성이 개선될 시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양광 발전의 전력 생산량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김 실장은 “2013년 기준으로 전세계 태양광 발전 전력 생산량은 약 39기가와트(GW)였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40기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양”이라며 “2030년쯤 태양광 발전 생산량은 약 1만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2012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양이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2016년이 되면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8%, 36%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독일과 이탈리아의 태양광 발전 비중은 각각 26%, 10%였다.

10분 가량의 영어 발표를 마치자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그를 격려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고급 영어 어휘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발음과 목소리톤도 안정적이어서 듣기 편했다”면서 “태양광 시장을 전망하는 접근방식이 논리적이어서 이해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실장은 공군 장교 복무 중 통역장교로 근무했을 정도로 영어실력이 뛰어나다. 국방부 국제협력과에 근무했던 2009년 10월에는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정운찬 국무총리의 회담 통역 보좌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