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은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려서 시장을 살리겠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양면 대책'이라는 얘기다. 아파트 청약 자격 요건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동시에 추가 신도시 건설 중단으로 아파트 공급 물량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장(市場)에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잠재적인 주택 수요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심(腹心)이 깔려 있다. 특히 부동산 투기 논란이 우려되는 재건축 규제까지 완화한 것은 "풀 건 다 풀겠다"는 정부의 경기(景氣)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공급 조절해 시장 떠받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도시 건설 중단이다. 정부는 1980년 처음 도입한 택지개발촉진법을 34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 대량 공급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새로 짓는 일부 신도시는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탓이다. 인천 영종도와 경기도 김포·양주·파주 등이 대표적이다.

서승환(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서 장관은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신규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를 동시에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개발 중인 신도시만으로도 주택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본다. 신도시 주택 수요가 연간 14만 가구 안팎인데, 현재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간이 보유한 주택 건설 가능 물량이 약 7년치인 124만 가구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도시의 대안(代案)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활성화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결국 주택 공급을 조절해 기존 재고 주택과 신규 분양 시장을 떠받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부동산 회복세 미진…內需 회복 위해 高강도 처방

다른 목적도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올 7월 초 이후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비수기인데도 전국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90% 이상 늘었고 아파트 값도 소폭이지만 7주 연속 올랐다. 신규 분양 시장에는 연일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시장 회복이 견고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 들어 아파트값 상승률(1.5%)이 아직 최근 5년 평균치(1.7%)에 못 미치는 게 대표적이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주택 수요도 신규 분양 시장에만 쏠리면서 기존 주택 시장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강도 종합 대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부동산과 내수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왔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대책의 대부분을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시행령과 규칙에 집중한 것도 정부의 실행(實行)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중 부동산 최대 성수기인 9월에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 역시 확실하게 부동산 부양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신규 분양은 날개 달아"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 분양 시장이 동시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40년으로 묶여 있던 재건축 허용 연한이 30년으로 바뀌면서 당장 서울에서만 약 25만 가구의 재건축 추진에 숨통이 트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4500가구), 서초구 삼풍아파트(2400가구) 등 3만여 가구가 포함돼 있다. 1988년 준공한 삼풍아파트는 30년이 되는 2018년부터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청약 자격 완화와 신도시 건설 중단은 신규 분양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약 1순위 자격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경우 현재 500만명인 수도권 1순위자가 7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신규 분양 시장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도시 공급 중단이 지속되면 서민 주택 건설이 감소하고, 청약 자격 완화로 신규 분양 시장에 과열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 1순위 요건이 단축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늘어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