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고수’의 실제 거래 수익률이 공개되고 이를 참고로 고수가 투자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다. 지금까지 모의투자 기반의 수익률만 공개됐던 국내 소설트레이딩(STS)이 한단계 발전하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용자들의 실제 투자 수익률과 투자 종목이 공개되면 보다 투명한 투자정보 공유가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TS앱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의 개발사인 두나무는 1일 오는 9월 중순쯤 이용자들의 실제 주식 거래에 기반한 수익률 랭킹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앱을 내려받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수익률과 투자종목을 공개하도록 했을 경우, 누구나 그 정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 주간·월간으로 수익률 랭킹이 집계되고 특정 기간 동안 어떤 이용자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는 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일반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높은 특정 ‘고수’의 계정을 지속적으로 구독할 수 있고, 구독한 고수의 투자전략을 벤치마킹해 주식을 매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이 앱의 이용자들 중 2400명가량이 모의투자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는데, 회사측에 따르면 실제 수익률을 공개하는 이용자들의 숫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STS앱들은 모두 모의투자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이었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정보를 공유할 순 있으나 모의투자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A 종목이 좋다’라거나 ‘B 종목이 뜬다’와 같은 얘기들만 나누다 보니 거짓 정보나 실체 없는 정보들이 떠돌아다니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과 투자 종목이 공개되면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증권 방송에 출현해 특정 종목을 찍어주는 이른바 ‘말로 하는 투자’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인터넷 주식카페 등에 가입해 고수가 찍어주는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란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송치형 두나무 대표는 이와 관련, “실제 수익률은 조작할 수 없고, 장기 수익률까지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신뢰도가 높다”며 “작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상거래 조짐이 보이는 이용자들은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걸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래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STS는 국내에선 최초로 도입되지만, 이미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07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이토로(eToro)가 대표적인 실 수익률 기반 STS 업체인데, 이 업체는 고수의 매매 패턴을 공개하고, 다른 이용자가 이를 똑같이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카피(copy)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IT의 경제학자인 샌디 펜틀랜드와 야니브 알트슐러 교수의 실험 결과, 한 두 명 정도의 투자 고수를 따라한 투자자의 경우 일반 투자자에 비해 4% 정도 나은 수익률을 거뒀다. 현재 이토로는 200여개국에서 이용자를 300만명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 ‘고수’로 불리는 사람들의 주식 매매가 공개될 경우 투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초보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이나 상황을 분석해 투자하기보다 전문가들의 매매를 보고 따라 하는 ‘묻지 마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매수 매도 타이밍이 늦으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수의 실제 수익률과 매매 종목을 참고하는 것은 투자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무턱대고 따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여러 정보를 취합해 최종 투자 판단은 자신이 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거래 비중이 늘고 있어 STS 이용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MTS 거래 비중이 2010년에 비해 5배가량 증가했다. 키움증권(039490)이 지난달 18일 업계 최초로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 앱을 통해 실제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했고, 미래에셋증권(006800)도 지난 25일 이 앱과 연계한 실시간 주식 주문 서비스를 개시했다. 동양증권이 9월 1일 서비스를 시작했고, 삼성증권(016360)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는 현재까지 약 15만건 수준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8월 29일 애플 앱스토어에 앱을 업로드 했다”며 “9월 중순부터는 아이폰 사용자도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