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법이 시행되면 통신사들은 법정(法定) 한도 이상의 휴대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휴대폰 한 대당 최대 100만원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가입자 뺏기' 경쟁을 벌여온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새로운 '무기'를 준비 중이다.
통신시장의 경쟁 구도가 돈과 돈이 맞부딪쳐 더 많은 돈을 주는 쪽이 승리하던 '머니 게임'에서 가입자 혜택과 맞춤형·실속형 요금제 등을 놓고 겨루는 '서비스전(戰)'으로 변화할 조짐이다.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단통법이 시행되면 휴대폰 대리점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특히 한도 이상 보조금을 뿌리면 지금처럼 통신 3사만 처벌받는 게 아니라, 판매자도 최대 10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통신사들이 단통법 이후를 대비해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멤버십 포인트'이다. 멤버십 포인트는 통신사 고객이 식당·영화관·카페 등에서 10~20% 정도 할인받는 서비스. 통신 3사가 한 해 멤버십 포인트에 쓰는 비용만 해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KT 관계자는 "멤버십은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 '집토끼(기존 고객)'를 지키는 데도 요긴하다"며 "최근 어떤 멤버십 혜택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 대상 설문조사도 벌였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일찌감치 장기 우량 고객에게 무제한으로 멤버십 할인 한도를 제공하는 '무한 멤버십'을 도입했다.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멤버십 혜택을 연간 2만~3만원에서 최대 10만원으로 구분해 제한하고 있었는데, 이 장벽을 허물어 준 것이다. 제휴가 많아질수록, 제휴 점포에서의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연간 수십만원을 아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배달의 민족' 앱(애플리케이션)으로 1만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을 할인해주고, 수요일에 한해 할인액을 5000원으로 늘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멤버십을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KT는 지난 1일 롯데월드 50%, 에버랜드 40%, 서울랜드 60% 등 각종 놀이시설과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등의 할인을 대폭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멤버십 최고 등급이 되는 기준을 최근 SK텔레콤과 KT보다 낮췄다. 다른 통신사는 최소 2년간 이용하거나 월 10만원짜리 요금제를 써야 최고 등급의 멤버십을 제공하지만, LG유플러스는 8만5000원 요금제를 3개월만 사용해도 VIP 등급으로 올려주기로 한 것이다.
통신사들은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거나 개인별 생활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연구하는 등 보조금에 썼던 비용을 다양한 요금제를 개발해 배분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 음성화될 수도
인건비·운영비가 적게 드는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고, 특정 통신사에서만 사용 가능한 경쟁력 있는 '전용폰'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SK텔레콤은 지난 8일 LG전자의 G3보다 20만원 싼 전용 스마트폰 'G3 A'를 내놓았고, LG유플러스는 다음 달 3일부터 5.7인치 대화면을 갖춘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Gx2'를 전용으로 출시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보조금이 축소될 것에 대비해 통신사들은 미리 중저가폰과 전용폰을 대규모로 확보해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일을 앞두고 '보조금 대란(大亂)'의 진원지로 지목돼 온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신규 가입자에게 50만~6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래 통신사들은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효과가 있는 번호이동(통신사를 옮기는 것) 가입자에게만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단속 정도가 덜한 신규 가입 시장에서 편법 영업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