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私募)펀드가 외식 프랜차이즈 매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디아이피홀딩스는 이달 27일 패스트푸드 체인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로 매각했다. 전국 170여개 매장을 보유한 KFC의 매각 가격은 약 1000억원. 앞서 올 5월에는 크라제버거나우IB캐피탈이 인수했고 지난해 7월에는 할리스커피가 국내 사모펀드 IMM에 넘어갔다.

사모펀드 업계에 프랜차이즈 인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말 모건스탠리가 한식(韓食) 전문 프랜차이즈인 놀부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모건스탠리의 놀부 인수가 사모펀드들에 프랜차이즈 인수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알려준 것이다. 두산이 2012년 버거킹 사업부문을 보고펀드에 11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엔 BBQ 계열 치킨 업체인 BHC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프랜차이즈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으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놀부는 지난해부터 모두 6개의 새 브랜드를 만들었고 할리스커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현재 400여곳인 매장 숫자를 5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놀부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아 각종 비(非)효율을 걷어내고 경영 합리화에 나선 덕분에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사업과 사모펀드 '궁합'

사모펀드의 잇따른 프랜차이즈 사냥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낮은 진입 장벽'이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힐스톤파트너스 조성연 이사는 "프랜차이즈는 재료 공급과 생산 등 각 절차가 매뉴얼대로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IT벤처 등 다른 분야보다 경영하기가 쉽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이 특별한 전문 지식 없이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현금장사'라는 점도 한몫을 한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보통 5~7년 동안 운영하면서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주고 수익금을 나누는 구조다. M&A 전문 투자사인 ACPC 남강욱 부사장은 "사모펀드 입장에선 현금이 들어오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군침이 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에 비해 회사 가치를 키우기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회사를 키워 비싼 값에 판다'는 사모펀드의 목적에 딱 맞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거 직영점만 운영하던 버거킹은 작년 4월부터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시작하면서 2012년 말 131개이던 매장이 현재 180개로 늘어났다. 신제품들도 출시하고 가격대도 다양화했다.

동반성장 분위기도 인수에 유리

주변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저금리 기조 아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사모펀드로 이동한 것이다.

여기에다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고 지난해 초부터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을 막는 규제가 생긴 것이 사모펀드에 호기(好機)가 됐다. 대기업이 떠난 빈자리를 사모펀드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퇴직을 앞둔 7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 등 창업 예비군의 증가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관심을 키운 요소로 분석된다.

사모펀드들의 잇따른 프랜차이즈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좁은 내수(內需) 시장에서 과당 경쟁을 유발해 가맹점 주인들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임영태 사무국장은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사모펀드 외에는 인수할 만한 자금력이 있는 곳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과잉 규제로 인해 건전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이 클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어차피 잠깐 회사를 경영한 다음 매각하고 떠날 사모펀드 아래서 불안하게 사업하는 게 부담이라는 것이다.

사모펀드

소수의 개인·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부동산을 인수, 가치를 높여 되팔아 차익을 올리는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