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해외투자 금액은 공제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붐에 제동이 걸리고 국내투자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대기업들은 기존 해외투자 경영전략을 재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課稅)안에 따르면 제조 기업이 당기순이익의 60~80%를 국내투자·임금인상·배당에 사용하지 않으면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10%를 과세한다.

예컨대 당기순이익을 1000억원 냈는데 그해 국내투자 100억원, 해외투자 500억원, 임금인상 30억원, 배당 170억원이었다면 투자·임금인상·배당 사용액은 해외투자분을 제외한 300억원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당기순이익의 80%(800억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300억원을 빼고 남은 500억원에 대해 세율 10%를 적용, 추가 법인세를 50억원 내야 한다. 만약 해외투자 전액을 국내투자로 돌렸다면 추가 법인세 부담이 없다.

정부의 이런 강수(强手)는 2000년대 후반 이후 해외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대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다. 2004년 한 해 65억달러(약 6조7000억원)이던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는 지난해 307억달러(약 32조원)로 10년 만에 5배나 늘었다. 반대로 국내 설비투자는 작년 투자액(1127억달러)이 전년(1138억달러)보다 감소하는 등 침체 일색이다. 대기업은 해외투자로 돈을 벌지만 국내에선 고용과 내수가 동반부진한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서만 현대차 중국 4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도 충칭(重慶)에 일관제철소를 세울 계획이다. 현대차와 현지 완성차 메이커들을 위한 강판 공급이 주 목적이다. LG화학은 난징(南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효성은 베트남 스판덱스 생산라인을 증설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중국 시안(西安)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다.

대다수 기업은 정확한 해외투자 규모를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은 사업보고서에서 국내와 해외 투자 금액을 구분해 적시하지 않고 합산액만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를 24조원 했지만 이 가운데 국내투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출 대기업들은 최소한 절반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투자를 늘리지 않았다가 '세금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자니 국내 기업 환경이 열악해 실익(實益)이 적고, 해외투자 위주로 계속 가려니 세금폭탄이 걱정돼 이래저래 고민스럽다"고 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의 투자가 자발적으로 국내로 향하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