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이 오랜 침체 끝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수출에 주력한 업체들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의류 내수주들도 동반 상승하며 업황 개선을 이끌고 있다. 보통 8~9월쯤에는 옷 값이 비싼 겨울 시즌을 앞두고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내수 소비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의류업종지수 270선 근접…수출주 역할 커

올 들어 코스피200(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대표적인 200개 종목을 선정해 시가총액을 지수로 나타낸 것) 중 의류업종지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 초 240대 초반에 머물던 의류업종지수는 2월 초 230선에서 간신히 버티며 최저점을 찍었지만 현재는 270선에 근접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278.92까지 오르며 뚜렷한 업황 회복세를 보여줬다.

의류업종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만한 종목은 수출을 주로 하고 있는 한세실업(105630)이다. 한세실업의 주가는 올 들어 37% 가까이 올랐다. 그 덕에 6월에는 의류 업종 대표주였던 LF(엘지패션)을 밀어내고 업종 내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한세실업은 미주와 유럽의 의류 소비 증가와 동남아시아 공장의 생산 능력 향상 덕에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1분기 한세실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증가한 193억원에 달했다.

코스피200에 포함되지 않은 의류 수출주들의 주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올 들어 12% 가까이 올랐으며 영원무역(111770)은 9% 상승했다.

◆ 한섬ㆍLFㆍ신세계인터 등 내수주, 다시 살아나나

최근에는 의류 내수주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한섬(020000)과 LF,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등 내수 판매를 주로 하는 의류 업체들은 경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으며 부진했지만 5월 이후 반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계열의 한섬은 5월 중순까지만 해도 2만4000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만6000~2만8000원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 대체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5월 초 2만5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한세실업에 의류업종 대표주 자리를 내준 LF는 지난 1일 주가가 3만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월 초 7만원대 초반에서 최근 9만5000원(4일)까지 주가가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 두 업체 역시 한섬과 마찬가지로 증권가의 기대는 암울한 수준이다.

의류 내수주의 반등에 대해,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첫째는 4분기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이다. 통상적으로 의류 업체들의 실적은 여름보다 가을, 겨울에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제품의 판매 단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의류 내수 업체 3개사의 주가는 8~9월 들어서야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한섬의 주가는 작년 4월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 8월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LF도 같은 해 8월부터 3개월 간 34% 넘게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같은 기간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째 이유는 내수 소비 활성화에 대한 기대 심리다. 정부가 투자 확대 등 경기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자,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의류 소비 심리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3년 동안 의류 업체들의 주가가 많이 빠진 데다, 정부가 내수 소비를 부양하겠다고 나서자 주가가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의류 업체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좋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적과 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中 의존도 높은 베이직하우스, 홀로 주춤

의류 업체들의 주가가 대체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베이직하우스는 홀로 부진하다. 베이직하우스의 주가는 지난 3월 2만8000원을 찍고 내려온 뒤로 아직까지 회복을 못하는 상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베이직하우스의 연결 기준 이익 가운데 90%는 중국에서 나온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내수 시장이 침체되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의류 소비는 지난해까지 매년 20~30%씩 성장해왔지만, 올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 연구원은 “베이직하우스가 작년에 워낙 실적이 좋았는데, 이와 비교해 올해는 중국 내 의류 소비 감소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올 들어 성장을 위해 작년과 비교해 출점을 많이 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