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진영의 대안 운영체제(OS)로 봤을 때, 타이젠 개발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에 비해 5년은 뒤처져 있고, 개발자를 끌어모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앤드루 쉬히(Sheehy) 제너레이터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최근 IT전문매체 컴퓨터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젠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지난 6월 초 타이젠연합이 러시아에서 3분기 출시를 목표로 선보인 첫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를 공개한 직후였다.

현재 타이젠 둘러싼 전망은 낙관론보다 회의론이 우세하다. 이들이 지적하는 타이젠의 약점은 크게 두 가지다. 생태계가 빈약하고 제품화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가 조성돼야 제품화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제품화가 다양하게 돼 있어야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는데 둘 다 부진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6000개 vs 150만개… 다윗과 골리앗 앱 싸움

전문가들은 타이젠의 문제점으로 빈약한 앱 생태계를 첫번째로 꼽는다. 올해 6월 기준으로 타이젠 앱 수는 6000개에 불과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앱과 애플의 iOS 앱은 120만~150만개 수준에 달한다. 타이젠 앱보다 250배가량 많은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나 앱 개발자 입장에서 타이젠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최종덕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부센터장(부사장)은 “타이젠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 개발자 확보,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군 확보가 타이젠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며 “이를 위해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TDC)를 개최하고 오픈소스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TDC 2014) 삼성전자 부스 전경. 개발자들이 이 자리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첫 타이젠폰 '삼성Z'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타이젠연합은 안드로이드 앱을 타이젠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변환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솔루션을 만든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많고 앱이 많다 보니, 이를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변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타이젠이 초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타이젠폰 출시 연기 반복… 힘 빠지는 타이젠연합

타이젠연합이 힘을 받으려면 제조회사든 통신사든 콘텐츠업체든 다양한 파트너사들이 가입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타이젠 개발과 제품화를 통한 퍼블리싱이 쉽다.

타이젠연합은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가운데 화웨이, 후지쓰 같은 제조사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보다폰, NTT도코모, 오렌지 등 통신사가 이사회 멤버로 있다. 지난 2월에는 바이두, 소프트뱅크, 스프린트, ZTE 등 15개 업체가 회원사에 추가 가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이젠 상황을 잘 아는 IT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타이젠연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을뿐 다른 파트너사들은 들러리에 가깝다고 말한다. 타이젠연합 회원사 한 관계자는 “타이젠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다양한 제조사들이 뛰어들어 우군이 돼야 하는데, 삼성이 사실상 원맨쇼로 주도하고 있고 인텔이나 오렌지 등도 예년에 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정황은 타이젠연합 회원사들이 잇따라 탈퇴하거나 제품 출시를 연기하는 일이 이어지며 불거졌다. 제조사인 NEC와 파나소닉은 타이젠연합에서 탈퇴했다. 타이젠을 적극적으로 밀 것 같았던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타이젠폰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프로젝트를 취소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타이젠연합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 모질라재단이 만드는 파이어폭스 OS 진영으로 갈아타 파이어폭스폰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가 만든 첫 타이젠폰 '삼성Z'.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러시아에서 선보이려 했던 삼성Z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타이젠폰 출시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러시아에서 선보이려고 했던 ‘삼성Z’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타이젠폰 출시가 연기된 것은 작년과 올해 1월에 이어 세번째다. 지난 2012년 1월 타이젠연합이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타이젠폰은 한 종도 나오지 않았다.

한 타이젠 앱 개발자는 “러시아는 반미 정서가 강하고 보안문제에 민감해 삼성 스마트폰이 인기가 좋지만, 이미 삼성Z 출시 발표 때부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타이젠폰 출시가 진짜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던 타이젠TV도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타이젠 개발과 제품화에 대한 의지가 떨어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삼성전자 측은 “완성도 있는 제품을 출시하려고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