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빠른 투자… 최태원 승부수 통했다]
-SK하이닉스
생산 공정 순조롭게 고도화, 환율하락에도 매출 선방
D램·낸드플래시 수요 꾸준… 당분간 좋은 실적 유지할 듯
SK하이닉스가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7조6660억원, 영업이익은 2조1410억원이었다. 반기(半期) 이익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올 2분기 실적은 매출 3조9230억원, 영업이익 1조84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0.3%, 3% 하락했다. 2분기는 원·달러 환율이 1010~1050원을 오르내리며 수출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었다.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인 하이닉스는 환율이 하락하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그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한 것이다. 2011년 6조8000억원의 차입금을 떠안고 있으며 적자 기업이었던 하이닉스를 3조3747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과감하게 인수한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 승부수가 빛을 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은 양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 공정을 순조롭게 고도화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한 박자 빠른 투자로 외국 경쟁 업체보다 빠르게 더 정교한 공정을 갖추었다. 반도체는 공정을 정교하게 만들면 같은 공장에서 더 비싼 반도체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덕분에 윈도XP 교체 수요 등이 더해진 반도체 가격 상승 국면에 맞춰 제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생산 라인 설비 개선과 기술 개발에 투자한 것도 힘이 됐다. PC나 스마트폰 등에서 작업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D램은 당초 계획보다 13% 더 많은 양을 출하했다. 스마트폰 등에서 데이터 저장 공간으로 쓰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출하량도 54% 증가했다. 지난달부터는 경기도 이천에서 M14 라인 신설 공사를 시작해 내년 중 준공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좋은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PC 및 서버용 D램 수요는 작년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의 고성능화가 D램 수요 증가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 모델은 램을 1~2GB(기가바이트)만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2~3GB를 쓰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하는 용량이 16GB에서 32~64GB로 2배 이상 늘어나는 데다, PC용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낸드플래시로 대체해 쓰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용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 합병한 기업의 기술을 이용한 제품 다변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인수한 미국 바이올린 메모리의 반도체 통제 하드웨어(PCIe) 부문과 벨라루스의 소프텍 반도체 관리 소프트웨어(펌웨어) 사업부의 기술을 바탕으로 낸드플래시를 이용한 복합제품을 개발 중이다.
['미운 오리' 스마트폰의 부활]
-LG전자
최대 규모 분기 매출 기록… 상반기 영업이익 1兆 돌파
스마트폰 흑자 전환 성공, 에어컨·TV도 실적 견인
LG전자가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15조3746억원, 영업이익 6062억원을 올렸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영업이익은 26%가 늘었다. LG전자의 과거 분기 최대 매출은 작년 2분기에 기록한 15조2323억원이었다. 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도 지난 2009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LG전자의 실적 호조를 이끈 것은 회사 내 '미운 오리 새끼'였던 스마트폰 사업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사업을 맡고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분기 영업이익 85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3관왕에도 성공했다. 우선 2분기에만 14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분기 최대 판매기록(1320만대)을 경신했다. 휴대전화 판매량 중 스마트폰의 비중 역시 2분기 76%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고가(高價) 제품군에 속하는 LTE(4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판매량 역시 2011년 5월 처음 LTE폰을 출시한 이래 분기 사상 최대인 515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500만대를 판매해 최고 기록을 세웠던 올해 1분기보다 4% 더 성장한 것이다. MC사업본부의 한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 고급 스마트폰 'G2'를 출시한 이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해온 것이 이익으로 실현된 것"이라며 "3분기부터는 신제품 'G3'를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동시에 중·저가 제품군 판매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MC사업본부와 함께 2분기 실적을 이끈 '캐시 카우' 사업은 에어컨이었다. 에어컨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맡은 AE사업본부는 매출 1조6350억원에 영업이익 1642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작년 2분기에 비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 4% 감소했지만 사내 사업본부 중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TV 역시 UHD(초고화질) TV와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 증가에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