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 한 달에 10달러(약 1만원)만 내면 온라인 저장공간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키워드 참조〉 서비스를 내놓았다. '구글 드라이브 포 워크(Google Drive for Work)'란 이 서비스는 최대 5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대용량 파일도 저장할 수 있으며, 암호화 기술로 고객 파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처럼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무제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를 선보인 지 2년 만에 사용자를 1억9000만명 확보했다"며 "이제 언제 어디서나 당신의 작업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잇따라 가격 인하와 용량 확대에 나서면서 클라우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들은 IT 예산을 아껴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폴 휴지스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휴대전화처럼 점점 사람들의 생활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가격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중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클라우드 엑스포’에는 관람객들이 대거 몰렸다.

3년마다 클라우드 사용료 50%씩 떨어져

클라우드 시장의 선두주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책과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 운영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6년 '아마존 S3(Simple Storage Service)'란 이름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작년 이 분야에서 30억달러(약 3조75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 리서치는 추정했다. 2012년과 비교해 85%나 늘어난 수치다.

아마존이 이처럼 막대한 매출을 낸 데는 발빠른 가격 인하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능력이 작용했다. IT 기업 앱제로(AppZero)의 그레그 오코너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무어의 법칙'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제프 베조스의 법칙'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칙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요금은 3년마다 50%씩 인하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사용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격 파괴 경쟁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구글과 MS도 아마존에 맞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한쪽이 가격을 내리거나 제공 용량을 늘리면, 이에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예컨대 구글은 올 3월 '구글 드라이브'의 사용료를 한 달에 4.99달러(100기가바이트 기준)에서 1.99달러로 낮췄다. 그러자 MS 역시 이달부터 '원드라이브'에서 같은 저장공간을 사용할 때 한 달에 1.99달러만 받고 있다.

우어스 홀즐 구글 수석부사장이 올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라우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드롭박스는 기업가치 10조원 돌파

클라우드 컴퓨팅은 IT 업계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서비스로 불린다.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산장비가 필요하다. 일단 대량의 파일을 한곳에 보관하게 되면 이를 옮겨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기가 어렵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안정적인 사용자 기반과 함께 몸값을 높이고 있다. 2007년에 설립된 미국 드롭박스는 최근 전 세계 사용자가 3억명을 돌파했다. 드롭박스의 기업가치는 100억달러(약 10조250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작년보다 45% 늘어난 133억달러(약 1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기업들이 컴퓨팅에 지출하는 전체 비용의 10%에도 못 미친다. 아직 클라우드 시장의 본게임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아직 사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만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클라우드 사용자는 7.6%에 그쳤다. 김민철 KISDI 기획조정실장은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백업(보관) 필요성에 대한 인식 등의 문제로 국내에서 클라우드 사용률이 낮은 편"이라며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진흥책을 마련하고,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PC 대신 온라인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 값비싼 전산장비를 사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서버와 소프트웨어·저장공간 등을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