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부동산 대출규제는 철폐되는 것이 맞다.
LTV는 집이 없는 사람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택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갖추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LTV의 경우 수도권은 50%, 지방은 60%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한 것인데 연 소득에 따라 서울 50%, 경기·인천 60%이고 지방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LTV·DTI는 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방지하고 금융권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차익 실현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대출을 얻어 주택을 구매하면, 주택 가격이 오르고 또 다른 대출 수요가 생겨난다. 결과적으로 주택값이 오를수록 소비자의 부채 규모는 늘어나 주택 시장의 거품을 형성하게 된다. 주택 시장에서 거품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혹여나 주택 가격이 갑자기 하락해 금융권이 손실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LTV와 DTI다. 주택을 사기 위한 대출 수요를 제어해 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국내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 기조를 보였던 금융위기 이전에 도입돼, 무분별한 담보대출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주택시장 분위기는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예전처럼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싸게 주고 산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소비자들은 주택구입보다 전·월세가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의 전·월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으니 감기에 걸려서 죽지 않겠느냐"면서 LTV·DTI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은 경제 수장 후보다운 판단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실현되지 않는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금융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현재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는 상황이기 LTV·DTI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의 개선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규제완화는 정책적 일관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올해 초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LTV, DTI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은 정책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간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증가해왔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상업은행(CB)’의 틀을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출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제1 금융권의 LTV와 DTI를 규제하자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제1금융권 대출은 481조1000억원인 반면 제2금융권 대출은 481조90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제2금융권 대출이 제1금융권 대출을 앞질렀다. 2010년 말의 36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사이에 무려 120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제1금융권 대출이 50조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은행 문턱을 넘어서지 못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아 고금리 대출을 받아쓰는 취약 계층이 늘어나 대출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금융권 대출을 규제해도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무분별한 담보대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다. 가계대출에 대한 처방은 경기의 회복과 가계소득의 증가를 통해 부채상환 여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출규제가 오히려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켜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