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 2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그랜저 디젤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올 5월 열린 ‘2014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디젤’은 독일차 등 수입 디젤 차량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량이다. 국산 준대형 세단으로는 처음 나온 디젤 차량이기도 하다. 그 동안 그랜저는 국내 준대형 세단을 대표하는 모델이었지만, 30대 소비자가 사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많았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을 개발하면서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연비와 주행 성능을 잡는데 주력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그랜저 디젤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그랜저 디젤을 타고 송도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CC에서 제2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제3경인고속화도로, 인천대교 고속도로를 거쳐 을왕리해변까지 총 163km를 두 명의 기자가 번갈아 가며 주행했다.

현대차가 지난 2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그랜저 디젤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인천 왕산해변에 주차된 그랜저 디젤.

◆ 조용한 실내, 아쉬운 가속력

그랜저 디젤의 내·외관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 않다. 널찍한 실내 공간과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위치한 공간) 디자인은 모두 그대로다. 외관은 디젤 차량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eVGT’가 트렁크에 붙었다는 점과 안개등이 5개의 발광다이오드(LED)로 변경됐다는 점, 내부는 센터페시아 버튼이 재배열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가 지난 2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그랜저 디젤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인천 왕산해변에 주차된 그랜저 디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차량의 ‘심장’이 변경됐다는 점이다. 그랜저 디젤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와 ‘맥스크루즈’에 들어간 2.2L(리터) R엔진을 개선한 ‘R2.2 E-VGT’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가속력의 척도인 최대토크는 45kg·m의 힘을 발휘한다. 연비는 복합 연비 기준 L당 14.0km에 이른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2.4 모델의 연비(L당 11.3km)보다 낫다.

현대차 그랜저 디젤의 운전석과 주소석.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의 둔탁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차의 경우 실내에서는 엔진음이 잘 들리지 않지만, 창문을 열면 엔진음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랜저 디젤의 경우 엔진룸 안에 흡음재를 집중적으로 넣은 덕분에 엔진음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보면 엔진 덮개와 냉각팬 등 소음이 일어날 수 있는 곳곳에 흡음재를 부착했다. 진동 역시 독일차와 비교해도 거슬리는 편은 아니다. 엔진을 켠 뒤 5분 정도 공회전 상태로 있었지만, 핸들이 미세하게 떨리는 정도의 느낌만 받을 수 있었다.

정해진 코스를 주행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았다. 디젤차 특유의 묵직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속 60km 이하의 저속에서는 가솔린 모델처럼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다.

제2경인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여봤다. 완만하게 속도가 올라가며 이내 시속 120km까지 도달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해 조금 더 깊숙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핸들이 무거워지고, RPM(분당엔진회전수)이 2000대까지 치솟았지만, ‘가속력이 엄청나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꾸준히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몸이 뒤로 쏠릴 정도의 가속력이 전해지진 않았다.

그랜저 디젤을 타고 평균 시속 56km로 102.4km의 거리를 달렸는데 연비는 리터당 12.2km가 나왔다. 그랜저 디젤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0km이다.

고속으로 주행할 때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기 위해 인천대교 고속도로에 진입해 주변에 차량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속도를 시속 160km까지 높여봤다. 풍절음이 다소 들리긴 했지만,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옆 사람과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소 거칠게 운전을 한 탓인지 연비는 현대차가 밝힌 복합연비(L당 14.0km)에 미치진 못했다. 평균 시속 56km로 102.4km의 거리를 달렸는데 연비는 L당 12.2km가 나왔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에코 모드로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를 꾸준히 유지해보니 L당 13.2km까지 연비가 올랐다. 급정거와 급가속을 하지 않으면 연비는 조금 더 개선될 여지가 보였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80~100㎞의 속도를 꾸준히 유지한 기자가 운전한 차량은 L당 16km대의 연비가 나왔다.

그랜저 디젤 운전석에 위치한 좌석 조절 버튼과 주행 성능 변경 버튼, 시동 스위치, 센터페시아.창문 조절 버튼.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대로)

"수입 디젤차 공세 막기 위해 나온 차량, 30~40대 소비자 관심 많아"

그랜저 디젤은 국내 준대형급 세단에서 처음 출시된 디젤 차량이다. 그랜저라는 브랜드 가치와 디젤이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결합된 만큼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 디젤 사전 계약을 실시한지 20일 만에 1800대 계약을 돌파했고, 6월 그랜저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디젤모델이 20%에 이르렀다.

현대차 그랜저 디젤의 앞 모습. 안개등이 5개의 LED로 변경됐다.

특히 30~40대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태헌 현대차 국내 판매 전략팀 부장은 “그랜저 디젤의 연령별 구입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24.9%, 40대가 38.1%, 50대가 25.2%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대가 10.2%, 40대가 32.3%, 50대가 31.4%였던 것과 비교하면 30대 소비자의 구매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시승을 한 후 든 생각은 그랜저 디젤이 수입차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3254만~3494만원으로 수입 디젤 차량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넓은 실내 공간과 차선 이탈 경보,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주행 성능과 연비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다만 현대차가 그랜저 디젤을 출시하면서 타깃으로 잡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보였다. 젊은 층이 원하는 역동적이고 민첩한 주행 성능보다는 여전히 그랜저의 기존 타깃이었던 50대가 추구하는 데 주행 성능이 맞춰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2.4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 230만~469만원 비싸다는 점도 30~40대가 디젤 모델을 선택하는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