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미국 칼라일 그룹이 SBI모기지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최대주주인 SBI홀딩스로부터 지분 70%를 확보하고 나머지 30%는 소액주주들로부터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SBI모기지는 일본에서 주택담보대출 사업을 하는 주택금융 전문업체다.
관건은 소액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다. 칼라일 측이 지분 70% 이상을 확보했다고 해도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를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실시하려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SBI홀딩스와 협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공개매수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도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다만 JS전선, 경남에너지의 사례처럼 공개매수 가격 논란이 불거진다면 상장폐지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BI모기지는 30일 CSM홀딩스가 SBI모기지 주식 696만3910주(29.33%)에 대한 공개 매수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8000원으로 총 1253억5038만원을 들여 주식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7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43일간이다.
CSM홀딩스는 칼라일 그룹에 속한 투자펀드(CJP CSM Holdings,L.P.)의 100% 자회사로, 지난 5월 일본에 설립됐다. CSM홀딩스는 앞서 27일 SBI홀딩스로부터 SBI모기지 주식 70.67%(1677만7090주)를 확보한 상태다. 일본 회사인 SBI모기지는 주식예탁증서(KDR) 형태로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는데, CSM홀딩스가 SBI홀딩스가 보유한 KDR을 원주로 전환해 인수하는 구조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SBI모기지를 비롯한 SBI 계열사들의 주가는 껑충 뛰었다. SBI모기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만73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SBI액시즈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SBI인베스트먼트(019550)도 4% 가량 상승했다.
공개매수 가격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뒤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SBI모기지의 27일 종가는 1만5100원인데 이 가격에 주식을 산 주주라면 하루만에 20% 가량 차익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올라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아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미 30일 종가는 공개매수가격인 1만8000원에 육박한 상태. 조금이라도 차익을 보려는 주주들은 주식을 팔겠지만 매수 가격이 낮다고 판단한다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올해 초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JS전선은 1차 공개매수때 지분율 95%를 넘기지 못해 2차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경남에너지 역시 헐값 공개매수 논란에 휘말리며 자진 상장폐지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SBI모기지의 소액주주는 1125명으로 총 394만785주(16.6%)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SBI모기지의 경우 최대주주와 협의가 된 사안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인수자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