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저층부 판매시설 조기개장에 나섰다. 롯데는 9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판매시설 등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롯데는 그간 서울시 눈치를 보며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말해왔다. 공사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잇따르자 조기개장한다고 밝히기 부담스런 탓이다. 그러나 저층부 공사가 완료된 이상 조기개장을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입점업체와 관계 등 롯데에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그간 롯데백화점과 롯데자산개발은 매장 입주업체를 모집했다.

돌아가는 상황은 롯데 측에 유리하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 이슈가 부각되면서 서울시가 임시사용을 승인할 지 의문이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안전을 재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선에 성공한 뒤 첫 업무가 그간 사고가 끊이지 않던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 승인이라는 비판도 부담스럽다.

◆ 서울시, 안전 관련 허가조건 꼼꼼히 살피겠다고 벼러

서울시는 교통·건축물 안전대책 등 최대한 정밀 점검한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가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면 이달 말쯤 임시사용승인이 나올 듯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부서가 해당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보통 2~3주 걸리지만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 고층부 공사의 안전과 교통 여건에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DB

서울시가 이번에 임시사용을 승인할 지는 의문이다. 관계 부서는 시민 안전을 위해 분야별 허가조건을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벼르고 있다. 고층부 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일단 임시사용승인을 신청하고 서울시 지적이 나오면 해당 사항을 시정해 재신청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탄천변 동측도로 확장공사,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개설 등 교통개선 사업이 답보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사용승인을 신청한 것은 일단 서울시의 지적사항을 받아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층부 공사 중 안전사고 발생할 수 있어

조기개장을 추진하는 저층부 상가시설은 에비뉴엘동(棟)과 캐주얼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 동이다. 3개 동 연면적은 42만8933㎡이다. 에비뉴얼동에는 명품관이 입점하고 캐주얼동에는 영화관, 공연장, 쇼핑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층부에 들어설 호텔이나 사무실과 달리 저층부에는 집객효과가 높은 시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상가동은 123층 가운데 12층에 불과하지만, 전체 연면적에서는 47%를 차지한다.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건축 전문가들은 빌딩 상층부 공사 중 자재가 떨어지면 저층부 상가동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6월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장에서 공사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43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은 떨어지는 구조물에 맞아 경상을 입기도 했다.

공사 중에 소음, 먼지 등이 발생해 상가동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고층 빌딩은 공사중 소음, 먼지 등 문제로 저층부만 조기개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초고층 빌딩을 짓는데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최대한 빨리 이익을 내기 위해 상가시설부터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최근에는 시공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공사 중인 건물에서 단계적인 조기 개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롯데 관계자는 “대만의 타이페이101은 2003년 5월에 먼저 부분사용승인을 받아 몰(Mall)동과 주차장을 1차 개장하고, 2004년 11월 타워동(1~101층)을 2차로 개장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조기개장해 교통량을 예측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라도 조기개장해 교통 흐름을 보고 123층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 전에 교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2롯데월드 타워는 2016년 말 완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