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가 생각보다 적다. 상가 거래는 꽤 있지만 아직 상권 활성화가 덜 됐다. 원룸, 오피스 등 공실률은 늘어나는 추세다” – 박수홍 호박공인 중개사
“DMC인근 월드컵 아파트 4단지 전용면적(이하 모두 전용면적) 85㎡호가는 6억8000만~7억2000만원 선이다. 실제 거래는 6억5000만원 정도로 돼 있으며 매수 문의보다 매물이 많다” – 조은례 우리공인 실장
지난 9일 방문한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MBC, KBS, SBS, CJ E&M등 방송사가 들어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MBC는 8월 입주 예정이라 아직 입주하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에는 유동인구가 많았다. 반면 인근 부동산 소개업계는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매수자보다는 매도자가 찾아오거나 월세 임대자가 눈에 띄었다.
◆ 월세 저조 오피스텔도 미분양… 상권 활성화 미약
DMC에는 방송사와 LG CNS, 팬택 등 기업이 들어섰지만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 월세 시장도 생각보다 거래가 저조했다.
DMC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한화 오벨리스크 1차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50만(20㎡), 60만원(24㎡) 정도로 싼 편”이라며 “공실로 둘 수는 없어 월 임대료를 비교적 낮춰 임대하고 있다. 오벨리스크 2차의 입주가 시작되면 임대료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한 한화건설의 한화오벨리스크 오피스텔 2차는 732실 규모로 현재 미분양이 약 60실 남았다.
상암동 주민센터 뒤편 다가구 원룸 지역에는 월세 임대 광고가 붙은 건물도 있었다. 생각보다 월세 시장이 저조하자 건물 주인도 직접 임대에 나선 것이다.
DMC 소재 회사에 다니는 정 모(27)씨는 “지난해 입사 후 대학 근처 자취방을 홍대로 옮겼다”며 “주변 동료들도 홍익대학교 주변이나 월세가 좀 더 저렴한 응암동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대입구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한 정거장으로 20분 정도 거리다.
상가는 비교적 거래되는 편이었다. 신숙향 소망공인 대표는 “상가 면적이 좁은 편이면 권리금이 4000만~5000만원, 넓은 편이면 1억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며 “DMC에 대한 기대로 매수 문의가 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권 활성화는 아직 더뎠다. H공인 관계자는 “DMC 입주가 진행되며 유동인구가 늘었지만, 아직 상권은 활성화지 않은 편”이라며 “유동인구와 점포가 더 늘어야 집적도가 높아져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파트는 호가 높고 매도문의 많아…“시장에 불붙이려면 고립·폭탄이주 중요”
아파트 시장도 DMC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조은례 우리공인 실장은 “최근 매도자가 물건을 많이 내놓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거래는 꾸준히 되는 편이지만 실제 거래가격 상승폭은 높진 않으며 최근에는 시장 비수기라 매수문의가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월드컵 아파트 4단지 85㎡의 경우 지난해 1월 6억8500만원까지 시세가 올랐다가 지난해 4월 6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같은해 5월부터 시세가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6억6500만원까지 올랐다. 이후 다시 떨어지며 평균 시세가 6억4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전세 수요는 꾸준한 편이었고 매도자들이 월세로 내놓기 위해 매도 문의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전세는 월드컵 아파트4단지 85㎡가 4억3000만원, 월세는 월드컵 아파트 2단지 59㎡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120~130만원으로 조사됐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월드컵 아파트 4단지 105㎡ 전세가격은 지난해 9월 4억원에서 지난 1일 기준 4억80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시장에는 DMC와 같은 업무단지가 영향이 클 수 있지만 매매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상암 DMC는 입주 방송사나 회사가 판교테크노밸리처럼 한꺼번에 들어오지 않고 순차적으로 들어와 주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적다”며 “상암 지역은 교통 측면에서도 고립돼있지 않고 홍대·응암 등으로 접근성이 좋아 월세 시장이 생각보다 활기를 띄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