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베이징국제공항에서 북동쪽으로 10㎞쯤 떨어진 베이징현대(北京現代) 제2공장. 각종 부품을 조립하는 의장 공장에 들어서자 컨베이어 벨트 위로 중국형 아반떼인 위에둥(悅動), YF 쏘나타, 투싼 ix35 같은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1팀당 3~4명으로 이뤄진 근로자들은 자신들 앞으로 차량이 넘어오자 10여 초 만에 부품 조립을 끝냈다. 그러고는 뒤로 한발 물러서 군인처럼 차렷 자세로 똑바로 서서 다음 차량을 기다렸다.

생산 설비 주변에는 의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국내 현대차 공장에서 작업 중에도 근로자들이 의자에 앉아 종종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현대차 제2공장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섀시 모듈과 차체를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공장은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17.8시간이 걸려 한국보다 10시간 이상 빠르다.

안내를 맡은 조군 베이징현대 과장은 "판매 호조로 차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할 때, 근로자들이 생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잔업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최근 베이징현대차가 인기 직장이 됨에 따라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뼈대인 섀시를 차체(車體)에 붙이는 구간에서는 차체에 섀시와 엔진·변속기 등의 묶음인 모듈(module)을 결합하고 있었다. 차체에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부품을 하나씩 조립하는 대신 미리 제작된 모듈을 차체와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 시간을 줄이는 것. 김봉인 전무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의 평균 41%를 모듈화해 조립한다"며 "이를 통해 조립 시간을 단축하고 불량률도 대폭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화와 성실한 근로자들에 힘입어 베이징현대차 공장의 생산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평균 17.8시간이 소요돼 한국(28.4시간)보다 10시간 이상 짧다. 한국에서 10대를 만들 때 중국에선 16대를 만드는 셈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가 시장점유율 3위를 지킨 비결 중 하나이다.

근로자 1인당 생산성도 높다. 생산 라인에 적정 인원 대비 실제로 얼마가 투입됐는지를 따지는 편성 효율에서 중국 공장은 평균 90%, 한국 공장은 58%다. 한 관계자는 "한국 공장에선 10명이 할 일을 17명이 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이 일을 11명이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6300위안(약 103만원)으로 국내 공장의 15% 정도에 불과하고 근로자 평균 연령이 만 26세로 젊은 것도 매력이다.

베이징현대차는 차량 생산이 끝나면 조립 불량 여부 등을 재차 확인해 최종 합격 판정을 내리는 '품질 완결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이곳의 생산 합격률(96%)은 전 세계 30개 현대차 공장 가운데 최상위권이지만, 더 높이기 위해서다. 생산성 높은 근로자를 '이달의 우수 직원'으로 뽑아 격려금도 준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생산성이 낮은 한국 공장은 고급·첨단 자동차 생산 기지로 차별화해야 살아남는다"며 "노조가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