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나투자'(가명)씨는 지난 10일 코스피가 2000(종가 기준)을 넘었을 때 3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한국 주식형 펀드 세 개를 팔았다. 손에 들어온 돈은 약 4000만원. 문제는 돈을 어디에 안착시켜야 할지, 아무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증시는 '코스피 2000'을 한 번 찍더니 오락가락하는 듯하다. 그동안 돈을 풀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돈을 거둬들이는 '테이퍼링'을 진행한다는데, 이 테이퍼링이라는 것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오리무중이란다.
저금리와 불확실성이 겹친 '투자 시계(視界) 제로'의 시대, 소중한 투자 자금이 잠시 머물며 몸집을 안전하게 불릴 수 있는 곳을 찾는 투자자들의 마음이 혼란스럽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이관석 팀장은 "낮은 금리와 큰 변동성이 겹쳐 지금 본격적으로 새 투자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3개월 정도 되는 단기 투자를 하며 돈을 굴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잠시 숨을 고르며 '100일 투자의 맛'을 볼 수 있는 단기 투자 상품을 머니섹션 M플러스가 소개한다.
◇2000만원 이하 종잣돈이 잠시 머물 곳을 찾는다면
직장 4년차 한정식(33)씨는 한 푼 두 푼 간신히 마련한 종잣돈 1500만원으로 본격적인 재테크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에 들떠 있다. 처음 모은 종잣돈을 잠깐만 '주차'시켜 놓을 곳은 없을까.
돈을 가장 안전하게 머물게 할 방법은 '만기가 짧은 예금'이다. 저금리가 이어져 만기 3개월짜리 예금은 보통 금리가 연 1%대지만, 최근 단기 투자 자금이 몰리자 스마트폰·인터넷 상품을 중심으로 은행들은 금리가 꽤 높은 3개월짜리 예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재 3개월 예금의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 정기예금'으로 금리가 연 2.6%다. 대구은행의 '스마트 엄지예금'(스마트폰 가입 전용)은 연 2.55%(가입한도 1000만원), KB국민은행의 'e-파워정기예금'(인터넷뱅킹·콜센터 가입)은 연 2.4%의 금리를 제공한다.
사회 초년병을 위한 투자 상품과 '돈 짧게 굴리기'를 결합한 상품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은퇴 자산 프로그램인 '네오50 플랜'을 통해 소장펀드·재형펀드·신(新)연금저축 같은 장기 상품에 가입할 경우 만기 3개월짜리 'CMA RP(종합자산관리계좌 환매조건부채권)'에 연 4.0%의 금리를 준다. 매월 10만원 이상을 12개월 넘게 자동이체 등록했을 경우에 한해서이고 한도는 300만원이다. 3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 금리(2.4%)를 준다. 증권사에 새 계좌를 만들 생각이라면 KDB대우증권의 '특별한 RP'도 괜찮다. 이 증권사와 처음 거래하는 사람에 한해 다른 조건 없이 3개월 만기에 연 3.3%의 금리를 준다. 1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2000만~1억원으로 짭짤한 수익 낼 곳 없을까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중국 은행 DLS(파생결합증권)는 '단거리 투자자'를 노린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는 '중국은행 신용 연계 DLS'는 만기가 91일로 짧다.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이 파산·지급불이행·채무재조정을 당하는 일만 없으면 만기일에 연 3.3%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비정기적으로 계속 발행되는 중인데 4월 25~29일에도 판매가 예정돼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매주 화~금요일 파는 '중국 궁상(工商)은행 DLS'도 비슷한 상품이다. 연 3.1%의 금리를 준다.
가진 돈의 일정액은 비교적 긴 호흡의 투자를 하면서 나머지 자금은 짧게 굴리기에 적합한 '하이브리드 상품'도 있다. 삼성증권은 6월 말까지 자사가 추천하는 추천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자문형 ELS 랩, 채권 등을 살 때 그만큼의 금액까지 연 4.0~4.5%의 금리를 주는 특판 RP를 판매한다. 만기는 6개월 이내로 자유롭게 설정하면 되고 1인당 1억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KDB대우증권의 '특별한 매칭RP'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KDB대우증권 추천 상품에 가입하거나 다른 증권사에서 굴리던 주식을 KDB대우증권 계좌로 옮기면 그 금액만큼(최대 5억원) '3개월 만기 연 4.0%'의 금리를 준다.
◇1억원 이상, 짧고 굵고 안전하게 굴리기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요즘 화제가 되는 상품은 지난해 초 시장에 나온 전자단기사채(電子短期社債·전단채)다. 전단채는 발행부터 유통이 전산으로 이뤄지는 만기 1년 이내인 단기 회사채다.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발행하고 증권사에서 판다. 1억원부터 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홍영훈 팀장은 "건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전단채는 'PF는 위험하다'라는 투자자 인식 탓에 저평가받는 측면이 있어 최고 신용등급 A1에 만기 3개월짜리 상품이 연 3%대의 높은 금리로 나온다. 웬만한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2%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A1 등급 전단채는 대우·금호산업의 'H더힐 제5차'(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판매)', 포스코건설의 '뉴시티드림 제2차(한국투자증권)', 포스코아이시티의 '유니시티개발 제6차'(한국투자증권),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제1차'(삼성증권) 등이다. 이 전단채들은 모두 만기가 3개월보다 약간 짧고 3.2% 정도의 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