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 안 습기를 제거해주는 제습기(除濕機)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기청정기로 유명한 위닉스·코웨이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LG전자·삼성전자·위니아만도·동부대우전자 등 가전업체도 속속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1902년 세계 최초로 에어컨을 개발한 캐리어의 기술력을 앞세워 오텍캐리어가 15일 제습기 신제품 9종을 한꺼번에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오텍캐리어는 국내 특장차(特裝車) 전문회사인 오텍이 2011년 미국 캐리어의 한국지사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 112년간 가정용 에어컨과 상업용 공조기기를 만들어온 캐리어의 기술력으로 제습기 시장에서도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오텍캐리어 제습기는 거실·서재·옷방 등에 맞게 10~16L까지 다양한 용량을 갖췄다. 방 안 습도를 최적 상태인 45∼55% 정도로 유지하는 기능과 의류 건조 기능도 포함했다.
◇5년 만에 60배 커진 제습기 시장
제습기는 에어컨과 기본 기능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습기 제거 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에어컨 가격이 100만~200만원에 달하고 전기를 많이 먹는 것과 달리 제습기는 30만∼50만원이면 살 수 있다. 냉방 기능을 제거했기 때문에 의류 건조·습기 제거 등에 4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
제습기 시장은 2009년까지만 해도 연간 4만대 규모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25만대,작년 130만대까지 늘어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대 250만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5년 사이 60배 넘게 성장해 시장 규모 1조원을 넘보게 된 것이다. 아직 가정의 제습기 보급률은 20%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
국내 제습기 시장 1위는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위닉스다. 본래 열교환기를 만들던 위닉스는 작년 '위닉스 뽀송'이라는 브랜드로 홈쇼핑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급성장했다. 작년 매출 2578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달 미국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인버터 제습기를 출시하는 등 해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세도 시작됐다. LG전자는 에어컨 브랜드인 '휘센'을 올해부터 제습기에도 사용하기로 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휘센 브랜드를 통해 제습기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실내 환경에 따라 제습 능력을 저절로 조절하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신형 제습기 5종을 출시했다. 기본적인 제습 기능은 물론이고 실내 세균을 제거해주는 살균 기능까지 포함했다.
에어컨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업체들도 속속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달 '클라쎄' 제습기 6종을 출시했고, 위니아만도도 제습기 생산을 늘리고 있다.
◇김치냉장고처럼 가정 필수품 될 듯
우리나라에서 제습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첫째 이유는 기후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장마 기간은 중부지방 49일, 남부지방 46일로 기상관측 사상 최장을 기록했다. 두 달 가까이 거의 매일 비가 오거나 습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제습기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고 습한 기후인 일본·홍콩도 제습기를 많이 쓴다.
냉방병과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에어컨보다 제습기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제습기와 선풍기를 함께 켜는 것이 건강이나 전기료 절감에 유리하다고 보는 가정이 점차 늘어나는 것.
최근에 출시되는 제습기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기료를 아끼는 인버터(inverter)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버터는 주파수를 조절해 모터의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다. 이 기능이 있으면 실내 습도에 따라 제습 기능을 자동으로 조절,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제습기를 켜놓고 외출해도 온종일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습도가 낮으면 작동을 중단하고 습도가 올라가면 다시 가동하는 것이다.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희성 애널리스트는 "김치냉장고나 정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제습기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며 "가전업체들의 투자·마케팅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향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