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 코스맥스의 지주회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주가가 지난 7일과 8일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자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선 곡소리가 나왔다. 이 회사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 인적 분할을 실시한 후 7일 재상장했는데, 닷새 만인 11일까지 주가가 33%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개미들과 달리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 폭락을 암시하는 충분한 시그널이 있었다"며 태연했다. 이들이 말하는 '시그널(신호)'이란 해당 주식의 공매도(空賣渡·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미리 빌려 파는 것) 즉, 숏(short) 물량이었다. 한 달간 하루 평균 공매도된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주식은 325주(株)였는데, 최근 5일 동안은 평균 1690주로 5.2배 수준으로 급증했던 것이다. 공매도 물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이 주식을 팔아치울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미들이 이런 종목을 잘못 잡아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기관투자자들의 '숏 리스트'(공매도 종목)를 잘 파악해야 한다.

롱숏펀드 인기로 주식 빌려가는 거래도 급증

1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종목의 대차(貸借) 잔고 수량이 14억3577만주, 금액으로는 46조57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말 기준 대비 13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대차 잔고는 일종의 '주식 마이너스 통장'이다. 보통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기금·은행·자산운용사 등에서 특정 주식을 빌려오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협회는 매일 종목별 대차 거래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주식을 빌리는 기관은 선물·옵션·공매도 같은 다양한 투자 기법에 빌린 주식을 활용한다. 주식을 빌려주는 기관은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투자협회는 박스권 장세에서 '롱숏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대차 잔고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를 주식을 사는 것(롱·long)뿐만 아니라 최근 주가가 고(高)평가돼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되는 종목을 미리 빌려서 판 다음 실제 떨어진 가격으로 싸게 사서 되갚아 이익을 남기는 '숏 거래'로도 수익을 내는 기법이 유행하면서 대차 잔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루 '숏 거래' 규모를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한국형 헤지펀드 관계자는 "공매도 수요는 급증하는데 대형 투자 기관들에서 빌려줄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숏 주문도 특정 주식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숏 주문 대상이 된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집중 종목, 투자 주의해야

삼성증권은 이달부터 매주 한 차례씩 '숏 트랙커(short tracker·공매도 종목 추적)'라는 리포트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20거래일 평균 공매도 수량 대비 5일간의 공매도량이 급증한 종목들을 추려내 알려주고, 대차 잔고가 늘어난 종목도 함께 짚어주는 것이다. 주요 기관들이 숏거래를 앞두고 대차 거래를 걸어놓은 종목만 피해도 영문을 모른 채 가진 주식이 폭락하는 일은 겪지 않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런 정보를 주자는 취지다. 삼성증권 이남룡 연구원은 "주요 투자자들의 숏 리스트에 포함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때 정상적인 시장 상황과는 다른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대차 잔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 일단 조만간 공매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 시그널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이 증권사가 분석한 '숏 트랙커' 상위 종목에는 세종공업·모토닉·LG유플러스·기업은행 등이 올랐다.


☞공매도(空賣渡)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 만약 예상대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미리 팔아 받은 돈보다 적은 돈을 들여 주식을 사서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차익이 생긴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가면 손실을 보게 된다.

☞롱숏펀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공매도(미리 빌려 파는 것·short)해서 차익을 남기는 펀드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