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왕국(王國)' 한국에서 76년 역사의 세계 1등 커피 기업인 네슬레가 맥을 못 추고 있다.
2010년 말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에 밀려 2012년부터 3위로 밀려난 네슬레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전년(5.1%)보다 낮아진 것(3.7%)으로 확인됐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 믹스 시장 규모는 1조1220억원에 달한다.
남양유업의 갑을(甲乙) 논란으로 지난해 '남양유업 제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음에도, 네슬레는 추락하고 남양유업은 오른 것이다. 1위는 동서식품이다.
1989년 '테이스터스 초이스' 브랜드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네슬레가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지화 실패'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동서식품은 '구수한 커피맛'으로, 남양은 카제인나트륨·인산염 등 건강을 중시하는 쪽으로 한국인에게 맞춘 제품과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네슬레는 지금까지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집중적인 노력을 거의 벌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슬레는 2012년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를 모두 '네스카페'로 바꾸고 톱스타 이병헌을 모델로 내세워 TV마케팅도 벌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작년 11월에야 '신선한 모카'와 '신선한 리치' 등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놨다. 한국 시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셈이다.
충북 청주 공장에서 네스카페를 생산하지만 국내 식품기업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통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도 취약점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박춘남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커피믹스를 살 때 '시간 절약과 방문 편리성'을 최우선시해 소비의 60% 정도가 대형마트와 체인 수퍼마켓에서 이뤄지는데, 네슬레는 유통망이 부족한 데다 행사나 마케팅에도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슬레가 롯데와 커피 합작법인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도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1.3%)이 낮아 고전 중이다. 네슬레의 제품 기술력과 롯데의 유통망을 결합해 공격 드라이브를 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슬레 측은 "사업 전략과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합작 법인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