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르네상스 서울 호텔’ 매각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지난해 5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지스 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본 계약 일정을 지키지 않았고, 지금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부토건은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게 빌린 7500억원에 대한 채권 상환 시기만 부랴부랴 올 6월로 미뤘다.

13일 삼부토건 관계자는 르네상스 서울 호텔 매각 건과 관련해 이지스와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새 인수의향자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스 자산운용㈜이 거래를 포기하면 다른 인수자를 찾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삼부토건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르네상스 서울 호텔

삼부토건 관계자는 “이지스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을 당시와 달리 본 계약 체결에 적극적이지 않아 새로운 인수의향자를 알아보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호텔 담보로 빌린 7500억원에 대한 상환 시기는 6월로 재연장했지만 상대가 누구든 본 계약 체결까지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부동산·호텔 업계에서는 이지스가 인수를 포기하면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가격은 1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물 규모가 너무 크고 서울 중심가에 최근 특급·부띠끄 호텔이 다수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지스처럼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다른 용도로 재개발하는 방식은 철거비용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호텔·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르네상스서울 호텔과 비슷한 시기에 개관(1988년 올림픽 전후)한 호텔이 리모델링을 통해 접객 시설 수준을 높이고 있고 방한객 증가로 인해 중소 규모의 부띠끄 호텔 건립도 줄을 잇고 있다”며 “현재 르네상스서울 호텔은 리모델링, 호텔 신축, 타 용도의 복합개발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지스 인수를 반대하는 호텔 노조는 이지스의 인수 또는 재개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대수 노조위원장은 “260일 동안 이지스 앞에서 항의하고 있지만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기존 계획대로 인수가 확정되고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총파업 및 개발 저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서울 호텔은 1988년 7월 개관했다. 지하 2층~지상 24층 특1급 호텔로 객실 수는 493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