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질주에 경고등(燈)이 켜졌다. 7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은 작년 하반기부터 불안하게 지적돼온 '스마트폰 성장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8조3000억원이라는 분기 영업이익이 결코 나쁜 실적은 아니다. 그러나 전년 동기에 비해 6.11%, 전 분기(3분기)에 비하면 무려 18.31%나 급감한 것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감당해온 스마트폰 부문의 정체는 삼성전자 전체, 나아가 삼성그룹 전체의 비상 신호로 봐야 한다. '넥스트 스마트폰'을 위한 새 성장 동력 마련이 삼성에 무거운 과제로 떠올랐다.

예고된 스마트폰의 성장 한계

삼성전자는 이날 전체 잠정 실적만 발표했지 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IM(IT·모바일)사업부의 이익 감소가 결정적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3분기 6조7000억원이었던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이 4분기엔 5조원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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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 전문 기관들은 일찌감치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확연히 꺾일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2012년 7억10만대에서 2013년 10억10만대로 43% 성장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11억5010만대로 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성장률이 3분의 1토막 난다고 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판매가 하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가장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은 작년 2분기 321달러에서 3분기 272달러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출은 별로 줄지 않았다. 이는 포화 상태에 달한 고가(高價) 스마트폰 시장에 '질보다 양' 전략으로 맞선 결과다.

치열해지는 신흥시장 쟁탈전

스마트폰 업체들은 성장 정체를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만회하려 한다. 포화 상태에 달한 고가 제품, 선진 시장 대신 중·저가 제품,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흥시장 공략에는 강력한 복병이 있다. 중국 업체들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순위에조차 없었던 화웨이(華爲)·레노버는 작년 3분기 LG를 5위로 밀어내고 세계 3·4위로 치고 올라왔다. 새해에는 이들의 공세가 더 거셀 전망이다. 당장 콜린 게일(Colin Gales) 화웨이 수석부사장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최소 8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거의 2배 가까운 목표치다.

중국 업체의 약진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 힘이 컸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 기술의 우열(優劣) 차가 갈수록 줄고 있는 점이 더 큰 요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형성될 때는 애플 등 일부 선도 기업만 갖고 있었던 기술을 이제는 후발 업체들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연세대 조신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스마트폰 제조 기술 자체는 이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범용 기술"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하드웨어적으로는 큰 차이 없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넥스트 스마트폰'이 과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정체 돌파구를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wearable)' 스마트 기기로 찾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기어'와 10월 출시한 곡면 화면의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가 그런 예다. 또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태블릿PC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4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래전부터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의료 기기와 바이오, LED, 신소재 등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분야에서 삼성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