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독일 자동차 업체 BMW가 만든 스마트카(Smart Car)의 시동을 걸고 차량 상황을 확인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정보기술(IT)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스마트카는 자동차와 IT를 결합한 첨단 자동차를 뜻한다.

BMW는 삼성전자와 전기차 제어 기술을 공동 개발해 오는 7일부터 10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BMW는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의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기어로 자사의 전기 자동차인 i3를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한다. 갤럭시 기어엔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카 전용 앱(Application·응용프로그램)인 '아이리모트(iRemote)'가 설치된다.

아이리모트가 설치된 갤럭시 기어를 이용하면 운전자는 추운 겨울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미리 시동을 걸어 차 내부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 충전에 필요한 시간, 차 문의 개폐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또 갤럭시 기어의 음성인식 기능(S보이스)을 차량 제어에 활용할 수도 있다. 갤럭시 기어의 마이크에 찾아가고 싶은 곳 주소를 말하면 차량의 길 안내 장치가 작동하는 식이다.

스마트카 시대 개막,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와 BMW의 만남

올해 CES에는 전 세계 3200여개 기업이 2만개가 넘는 신제품을 내놓는다.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미국가전협회(CEA)는 전 세계에서 1만4000명이 전시회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CES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스마트카' '스마트홈(Smart Home)''UHD(초고화질) TV'이다.

올해 CES에서는 웨어러블(wearable·몸에 걸치는) 컴퓨터와 스마트카가 본격적으로 만난다. 그중 하나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와 BMW 전기차 i3의 결합이다. BMW 측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BMW의 스마트카 제어 기능을 넣는 문제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갤럭시S나 갤럭시 노트를 통해 BMW의 상태를 보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구글도 이번 CES에서 차량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공식 발표한다. 인포테인먼트란 차내 오락·정보 시스템을 말한다. 말하자면 차에서 영화·TV를 보고 교통안내 같은 서비스를 받는 시스템이다. 아우디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구글과 손잡는다. 현대차의 북미형 신형 제네시스와 '구글 글라스'를 결합해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목적지 정보를 전송하는 기능을 이번 전시회에서 시연한다. 이 기능을 탑재한 신형 제네시스는 올 연말부터 북미 시장에서 판매된다.

이외에 벤츠·크라이슬러·포드·GM·기아·마쓰다·도요타 등의 자동차업체도 이번 CES에 전시관을 만들었다. 자동차가 전자·정보 기술로 달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홈', LG전자는 UHD TV 전면에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홈'도 CES에서 공개한다. 스마트홈은 가전·TV·스마트폰과 갤럭시 기어 등을 연동해 하나의 앱으로 제어하는 서비스이다. 예를 들면,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기어로 집 안의 에어컨·조명을 켜거나 끌 수 있다. 또 밤에 TV를 보다가 리모컨에 '굿나잇(잘 자)'이라고 말하면 TV와 에어컨 등이 모두 꺼지고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져 취침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먼저 전략 가전제품과 스마트TV,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 제품을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사(自社)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전자 업체 기기도 연동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홍원표 사장은 "지난해부터 회사 내에 '스마트홈 위원회'를 만들고 꾸준히 이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UHD (초고화질) TV 제품군을 대거 선보인다. UHD는 현재 최신인 풀HD (200만 화소급)보다 4배 이상 화질이 선명한 차세대 방송 규격이다. LG전자는 이번 CES에 현재 판매 중인 55·65·84인치 제품과 함께 98·79·49인치 UHD TV를 새로 내놓는다. 곡면(曲面) TV 중에서는 세계 최대인 105인치 UHD TV도 전시한다.

LG전자 TV사업 담당 이인규 전무는 "다양한 UHD TV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UHD TV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