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 측은 횡령배임액 전액을 모두 공탁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김 회장은 26일 오전 공판과 오후 결심 모두 참석했다. 2시간이 넘는 결심공판 내내 김 회장은 간이침대에 누워 재판을 지켜봤다. 김 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한화그룹이) 앞으로 좋은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선처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검찰 “대법원 유죄 인정되자 전체 공탁, 진정한 공탁 아니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한화그룹 총수인 김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개인 회사의 부실 3000억원을 변제한 것”이라며 김 회장에게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과 2심에서도 징역 9년과 벌금 1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피해액도 항소심에서 인정한 1700억원이 아닌 3000억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위장계열사로 규정한 한유통과 웰롭의 실질적 소유자로 김 회장을 지목했다. 검찰은 “자기 회사의 부실을 해소하기위해 계열사 돈을 사용한 것으로 횡령·배임죄의 법리적 구성에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김 회장 측이 추가 공탁한 것에 대해 “범죄 혐의에 대한 모든 금액이 공탁됐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항소심 내내 혐의를 부인하다 막바지에 공탁했다. 대법원이 김 회장의 횡령·배임액을 1000억원 이상으로 인정하자 (김 회장이) 전체 배임액을 공탁한 것은 진정한 공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 김승연 “재탄생 기회 주시길”…집행유예 기대

김 회장 측은 배임액을 줄이고 공탁금을 내는 등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검찰이 1,2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한 것에대해서도 유감을 표현했다. 김 회장측은 “(계열사 지원은) 경영상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며 “유죄로 인정받은 횡령·배임액 1500억여원 이상을 공탁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김 회장 측은 검찰의 구형 전 횡령·배임액 전액을 공탁했다는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회장 측은 최후 변론에서 피해회복이 완료된 만큼 양형을 줄여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김 회장 측은 “검찰이 김 회장 소유 기업으로 지목한 한유통과 웰롭은 한화유통의 차명 계열사”며 “지원 대상이 김 회장 소유 회사가 아니라 차명계열사”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 측은 2심에서 계열사 피해 보전액으로 사비(1186억원)를 공탁했다. 2심 재판부는 정상을 참작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6일 김승연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만 배임액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