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구조가 장기간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과 닮아가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일본이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성장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9일 '한국경제, 일본 닮고 있다' 보고서에서 "성장 잠재력 악화, 산업공동화 우려 심화, 저출산·고령화 현상 가속, 양극화 심화, 내수 침체 등 우리나라의 경제가 일본과 비슷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장기간 중성장에 발목 잡히면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최근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국내총생산(GDP) 갭률(잠재 GDP-실질 GDP)은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90년대 6.7%에서 2000년대 4.3%로 떨어졌고 일본의 경우 같은 기간 1.5%에서 0.9%로 하락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도 1990년대 7%대에서 최근들어 4%까지 하락했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령화 속도는 일본이 빠르지만 저출산 현상은 한국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노령화지수(0~14세 인구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는 202까지 오르고 우리나라는 94.1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합계출산율(15~49세 출산가능연령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수)은 2015년 우리나라가 1.39명으로 일본의 1.42명 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장기 내수 침체를 겪고 있는 것도 양국이 비슷하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2%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일본은 지난 1995년 이후 1%대를 기록 중이다. 투자 부진도 문제다. 한국의 최근 5년간 투자는 평균 0.1% 감소했고 일본의 경우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0.2% 줄었다.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건설투자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지난해 5월 103.1까지 상승한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2011년 중반 이후 계속 떨어졌다. 그 결과 건설투자는 2009년 159조2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43조원으로 축소됐다.
최근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지니계수(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악화된 것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통 문제로 지적됐다. 한일 양국 모두 2000년대 이후 국내투자는 부진한 반면 해외직접투자가 10% 이상 증가하면서 국내산업의 공동화 우려가 높아진 것도 비슷하다.
이 연구원은 한때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일본이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잠재성장률 제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로 인한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여건 개선 노력 ▲의료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육성 및 금융 경쟁력 강화 ▲부동산 시장 경기 회복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