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시장에 새로운 장(場)이 서고 있다. 최근 주택 시장에 나온 신규 분양 단지 중에서 청약률이 높았던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등 일부 인기 청약 단지에서는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분양권 구매에 나서면서 웃돈(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청약률이 높았던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분양권이 거래되면서 웃돈(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하지만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지 않은 분양권을 이면 계약하거나 주변 아파트값보다 높게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최근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건물 외관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분양가보다 최대 9000만원 올라

분양권 시장은 2011년 5월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대폭 완화한 이후에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 주택 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미분양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난이 가중되고 올해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 대책' '8·28 전·월세 대책'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수십 대 1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한 강남 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세종시 등을 중심으로 분양권 매매가 조금씩 확대되는 모습이다. '위례 송파 푸르지오'는 지난 9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고 나서 두 달여 동안 36건이 거래됐고 동탄2신도시에 공급된 '동탄 센트럴 자이' 역시 지금까지 40여 가구가 분양권에 대한 명의 변경을 신청했다.

분양권을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한 채당 많게는 9000만원 가까이 웃돈이 붙은 곳도 있다. 20011년 11월에 청약 받은 '세종 더샵 레이크파크'는 분양가에서 8000만~9000만원씩 올랐다. 작년 8월 위례신도시에서 한 채당 7억6000만~8억원에 분양한 '위례 송파 푸르지오'는 최근 아파트 층수나 조망, 주택 크기에 따라 1000만~3500만원씩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밖에 동탄2신도시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500만~2500만원 정도 더 얹어줘야 살 수 있고 지방 혁신도시도 일부 단지가 1000만원 이상 오른 상태다. 동탄신도시의 D부동산중개소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시범단지 아파트는 요즘 매물이 나오자마자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계약 직후 거래 가능

청약으로 당첨된 분양권을 곧바로 사고팔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일반분양에 나선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잠원'은 분양가가 10억원이 넘었는데도 최근 1500만~4000만원가량씩 오른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청약 당시 평균 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래미안 잠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건설사와 계약이 끝나면 분양권 매매가 가능하다. 잠원동 S부동산중개소는 "인근 아파트 가격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남향 주택은 5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 '한신1차'를 재건축해 다음 달 4일 1·2순위 청약을 받는 '아크로리버 파크' 역시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어서 당첨자는 계약 직후 곧바로 팔 수 있다. 인근의 R부동산중개소는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유일하게 한강변에 지어지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낮아 분양 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매 제한 기간·주변 시세 따져봐야"

최근 분양권 시장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전세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8·28 대책'으로 전세 수요가 아파트 매매에 나서면서 아파트 가격이 조금이나마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게 업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화성 동탄1신도시 '동탄 쌍용예가'(96㎡)의 경우 올여름 3억원대 초반이었던 매매가격이 최근 3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건설사들이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주거 선호 지역에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미분양을 우려해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책정, 투자자들 사이에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 것도 분양권 거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분양권을 사들일 경우 일반 청약 받는 것과 달리 아파트의 층과 동,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일반 분양 때 필요한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입주하는 단지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권에 웃돈이 형성되는 것을 주택 시장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이려는 눈치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이 남아 있는 아파트를 이면계약 형식으로 사고팔거나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닥터아파트' 권일 팀장은 "투자자들은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를 통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지, 매도자가 실제 분양 계약자가 맞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면서 "분양권 매도자는 분양가에서 오른 투자수익의 5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고, 세입자는 정부가 연말까지 지원하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 분양권 전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당첨자가 입주권(분양 계약서)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분양권 거래를 일정 기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민간 아파트는 주택 크기와 상관없이 분양 계약 후 1년간 매매할 수 없다. 공공 아파트의 경우 전용 85㎡ 이하 주택은 계약 후 3년, 85㎡ 초과는 1년 뒤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