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지음|행성:B잎새|328쪽|1만7000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만큼 연준의 정책과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 연준 의장 자리는 1979년부터 30년 넘게 유대인 차지였다. 폴 볼커를 시작으로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현 의장)에 이어 내년 차기 의장이 확실시되는 재닛 옐런(현 부의장)까지 유대인이다. 세계 경제의 막후에 유대인이 있다는 음모론이 나올 만도 하다.
경제·금융계의 유대인 파워는 이게 다가 아니다. 제이컵 루 현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로렌스 서머스, 로버트 루빈 등 역대 미 재무부 수장 중 상당수가 유대인이었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는 어떤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창업자인 마르커스 골드만과 현 회장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JP모건체이스 회장인 제임스 다이먼도 모두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경제·금융계뿐만 아니라 IT(정보기술)·영화·레저·유통·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에게 요즘 IT 산업을 이끄는 대표 인물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 창업자), 마리사 메이어(야후 최고경영자), 스티븐 발머(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등을 손에 꼽을 것이다. 다 유대인이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영화 산업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는 유대인의 자본과 창의성, 끈끈한 연대의식이 집약된 곳이다. 유니버설·폭스·파라마운트·워너브러더스·컬럼비아 같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제작사 대부분을 유대인이 세웠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우디 앨런 같은 영화감독이나 나탈리 포트먼, 더스틴 호프만 등 유명 배우 중에는 유대인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이처럼 유대인은 전 세계 경제와 핵심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수퍼파워로 부상했지만, 사실 인구 비율로 보면 세계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유대인 비율이 20%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들으면, 과연 그 비결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저자는 유대인 성공의 원천을 ‘창의성’이라 결론 내린다. 그리고 그 창의성의 비밀을 멀리서 찾지 않는다. 모두에게 가장 가까운 곳, 바로 가족이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자식을 ‘최고(베스트)’가 아닌 ‘개성(유니크)’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는 자녀 교육이 창의성의 밑거름이라고 진단한다.
유대교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에게서 받은 고유한 재능(달란트)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또 세상을 완벽한 곳이라고 보지 않는다. 계속 개선해서 더 완전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곳이라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은 각자에게 자기 재능을 갈고닦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훌륭한 도구가 바로 배움이다. 배움 자체가 유대교 신앙 생활의 핵심이다. 부모는 자녀를 가르치고, 자녀는 부모에게 배우면서 신앙심을 깊이 한다. 배움에는 책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독서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생활의 일부가 된다.
유대인의 자녀 교육은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와 닮았다. 온 가족이 식사를 함께하며 기본 예절을 익힌다. 다만 차이가 있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우리와 달리 부모 자식 간에 수직적 관계가 강조되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가 성인식을 올리는 13살까지 하느님이 맡긴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시와 명령을 통해 복종을 요구하지 않고 대화로 자녀와 소통한다. 그만큼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여지가 많아진다.
저자는 현 정부가 화두로 꺼낸 ‘창조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대인의 창의성 교육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유대인이 어려서부터 독서와 대화를 통해 창의성을 키우듯,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이미 여러 성공 사례로 입증된 유대인의 창의성 교육을 따라 해보자는 것이다. 선택은 각 가정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