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베이(Bay·건물 앞쪽에 배치된 방·거실 개수) 평면 전쟁이 한창이다. 이제는 중·소형에서도 5베이 평면까지 공급되는 추세다. 베이가 많으면 환기와 통풍이 잘되고 채광이 잘된다는 강점이 있다. 서비스 면적도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며 가족의 수, 생활 스타일에 맞는 평면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 4베이에서 5베이로 진화하는 아파트 평면

베이는 아파트 전면부에 배치된 방이나 거실 수를 말한다. 거실과 방을 일렬로 길게 배치해 발코니(베란다) 면적을 최대한 늘리고 발코니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해 공간을 분양면적 보다 넓게 쓸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방이나 거실 등이 창문과 바로 붙어 있다 보니 통풍 환기가 좋고 채광도 우수한 강점이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발코니 확장 공사가 합법화 된 후 베이 평면 경쟁은 본격화 됐다. 2베이(거실+방)에서 3베이(거실+방+방) 구조로, 또 방을 두 개로 나눠 4베이(거실+방+방+방) 구조까지 진화했다. 2009년 들어서는 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값은 싸고 공간은 넓은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해 건설사들은 본격적으로 베이 전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4베이 평면이 대세를 이뤘다. 동탄2 신도시에서는 베이수에 따라 청약 성적의 희비가 교차하기도 했다.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 전용 59㎡의 경우 4베이 A타입은 1·2순위 모집에서 마감됐다. 하지만 4베이 구조가 아닌 B·C형은 성적이 저조했다.

신영의 5베이 평면. 발코니 확장 평면(위)과 발코니 확장을 안한 평면(아래)

이제는 5베이 평면까지 나타났다. 이달 중 현대건설(000720)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는 101㎡B형 주택 100여가구에 5베이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아파트 서비스 면적이 50% 이상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평형에서도 5베이 평면이 쏟아지고 있다. 신영이 공급한 ‘천안 불당 지웰 푸르지오’는 전용 84~99㎡의 중소형 단지다. 하지만 일부 평형에 5베이 구조를 적용해 서비스 면적을 늘렸다.

금강주택은 부산 명지지구에서 이달 분양 예정인 ‘금강 펜테리움 센트럴파크 2차’ 전용 84㎡형에 5베이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부산 최초의 5베이 평면이다. 5베이로 넓어진 실내공간은 침실붙박이장, 현관수납장, 주방수납장 등 풍부한 수납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 서비스 면적 많지만…동선 불편하고 분양가 인상 꼼수 비판도

베이가 늘어나면 그럼 무조건 좋은 걸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조언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분양가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베이가 늘어날수록 아파트 모양은 직사각형이나 ‘ㄱ’자 모양이 된다. 주어진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워 진다. 분양가가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4~5베이 평면은 발코니 확장을 염두에 둔 평면이다. 중소형 평형의 경우 베이수를 늘리기 위해 방 크기를 작게 나눴기 때문에 확장 없이 공간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다.

발코니 확장을 하려면 분양 계약자는 별도로 확장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 비용은 아파트 마다 다르지만 800만~200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는 발코니 확장을 하면 빌트인 에어컨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확장을 유도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분양가는 낮아졌지만 발코니 확장 비용은 30~40% 가량 올랐다.

아파트 분양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 비용은 별도로 심의가 없다. 확장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확장비용이 포함될 경우 분양가가 심의 비용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췄다고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분양가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밖에 베이가 많아질수록 방은 커지지만 복도나 거실 등이 좁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베이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가족의 수, 생활 스타일에 맞는 평면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