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수 알서포트 사장은 “PC용 원격제어 소프트웨어(SW)에서는 아시아 1등을 했지만, 모바일 원격제어 SW에서는 세계 1등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를 강타한 뉴스가 있었다. 일본 1위 이동통신 회사 NTT도코모가 한국의 알서포트라는 SW 기업에 150억원을 투자(지분 19%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 기업이 한국 SW 기업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알서포트(RSUPPORT)는 원격(remote)으로 장애 진단, 업무 처리, 전원 관리 등을 지원(support)하는 SW를 만드는 회사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알서포트 제품을 응용한 '스마트폰 안심 원격 지원'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이용 고객 94%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NTT도코모는 알서포트의 기술력에 감탄, 기술 개발과 공동 마케팅을 위해 전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은 대부분의 SW를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보다는 값싸고 기술력만 좋으면 어느 회사 제품이라도 씁니다. 이런 사업 환경이 우리 같은 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12년간 노력한 결과 아시아 원격 제어 SW 시장을 제패했고 이제는 세계로 나갈 겁니다."

알서포트는 직원 수 150명의 작은 회사지만 미국 시트릭스, 웹엑스(시스코 자회사) 같은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아시아 원격 제어 SW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창업 초창기부터 특허 경영을 펼친 덕분에 5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서형수(43) 알서포트 사장은 "경쟁사들이 북미를 기반으로 PC용 원격 SW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모바일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알서포트는 특허와 기술력 측면에서 모바일 원격 SW 세계 1등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서 사장의 이런 자신감은 외부 평가와 고객 실적에서 나온다. 지난해 세계적 시장 조사 기관 IDC는 '안드로이드용 원격 지원 솔루션 중 별도 조작 없이 완벽하게 실행되는 제품은 알서포트가 유일하다'가 평가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같은 제조사들이 이미 알서포트의 모바일 원격 SW를 채택했다.

서형수 사장이 SW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사실 우연에 가깝다. 그는 1988년 부산공고 기계과를 졸업하고 LG전자 창원 제2공장 자재부 구매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유일하게 한 대 있었는데 '컴퓨터를 내 손으로 조작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 후 밤낮으로 프로그래밍 공부에 몰두했고, 경남정보대에 진학했다.

"누구나 한 분야에 10년만 미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학(獨學)으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는데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피나는 노력 끝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었고요."

서형수 사장은 1999년부터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하우리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바이러스에 걸린 PC를 치료하기 위해 원격 지원 SW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2001년 말 하우리를 박차고 나와 '앞으로 원격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확신으로 알서포트를 창업했다.

알서포트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미러링(Mirroring)'. 선(線)을 연결하지 않고 특정 기기의 화면을 다른 기기의 화면으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애플 같은 회사가 하드웨어적으로 미러링을 구현한 반면 알서포트는 소프트웨어적으로 미러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까지 원격 제어는 기업 전산 담당자가 쓰는 고도의 도구였는데, 이것을 콜센터 여직원이 쓰는 쉽고 편리한 도구로 만든 것이 우리 회사입니다. 창업 후 12년이 지난 지금 6000여개사가 알서포트의 고객이고, 24개국에 우리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알서포트는 지난해 매출 171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60%를 수출로 벌어들였으며, 일본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