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에라드 지음|박중서 옮김|믿음사|501쪽|2만원
바벨탑은 구약 성서에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건설했다고 기록된 전설 상의 탑이다. 동일한 언어를 쓰던 인류가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하늘까지 닿을 탑을 쌓았던 것. 하지만 신은 인류의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갖가지 언어를 흩뿌려 서로 간의 소통을 막았다. 혼란에 빠진 바빌로니아 인들은 결국 탑을 끝까지 쌓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바벨탑의 저주도 피해갈 인물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19세기 이탈리아에 실존했던 메조판티 추기경. 무려 72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메조판티가 완벽한 '언어 천재'였다고 말한다. 습득한 외국어도 다양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도 원어민 수준이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초다언어구사자' 중 한명이다.
메조판티는 바벨탑의 저주를 비웃기라도 하듯 언어를 쉽게 습득했다. 책에는 다양한 일화가 소개된다. 1840년 러시아 학자 A V 스타쳅스키가 로마에서 메조판티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해 메조판티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메조판티는 스타쳅스키에게 "그건 무슨 언어입니까"라고 물었다. "소(小) 러시아어입니다." 스타쳅스키는 당시 통용되던 명칭으로 대답했다. 메조판티는 "2주 뒤에 저를 다시 찾아 주시지요"라고 말했다. 스타쳅스키가 2주 뒤에 그를 다시 찾았을 때 메조판티는 상당히 유창한 우크라이나어를 구사했다.
저자는 메조판티를 연구하면 '언어 습득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메조판티는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인물. 저자는 살아있는 초다언어구사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언어적 천재성을 검증하기로 한다. 그 중엔 오십 가지 언어를 구사했던 대장장이 일라이후 버리트, 스둘 두 가지 언어를 습득하 유럽연합 통역관 그레이엄 캔스데일 등이 있다.
언어 천재들이 저자에게 전해준 비결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공부'하지 않으면 동시에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털어 놓았다. 언어를 습득하는 데 천부적이거나 유전적인 요인을 밝힐 길이 없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러나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다. 언어 천재들이 밝힌 최고의 언어 학습법을 전수한다. 일부를 소개하자면 첫째는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억지로'가 아닌 '기꺼이' 할 수 있는 목표가 동반되면 외국어를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학습 자체를 즐겨야 한다. 대다수의 언어 천재들은 언어 배우기를 마치 게임처럼 재미있게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국어에 정통해야 한다. 우리의 언어 감각은 모국어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즉 모국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외국어 또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입력 2013.10.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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