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ml 기준, 주세 中企맥주 699원·대기업 맥주 389원·수입맥주 262~534원
- 기재부, 주세법 개정안 반대…현오석 "中企 스스로 몸집 키워야"
- 홍종학 "中企 제품 출고가격에 72% 단일세율 아닌 30% 이하로 낮추면 맛있고 다양한 맥주 가능"
중소기업이 생산 판매하는 맥주와 소규모 하우스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대기업 맥주와 수입 맥주 보다는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기업 맥주회사 두 곳에서 생산되는 355ml 캔맥주에 부과되는 주세는 395원인데 반해 중소기업 맥주 회사에서 생산되는 355ml 캔맥주에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710원의 주세가 부과된다.
중소기업 맥주는 수입 맥주와 비교(350ml 기준)해도 1.5배에서 3배가 넘는 세금을 부담했다. 중소기업 세븐브로이 맥주에 붙는 세금은 699원으로 출고가격은 1915원이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 가장 저렴한 맥주는 수입금액 262원에 주세 224원, 가장 비싼 맥주는 수입금액 534원에 주세 456원으로 출고가격은 각각 614원, 1250원이다. 중소기업에 붙는 세금이 비싸니 출고가격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생맥주의 경우에도 소규모 하우스 맥주의 세금 부담은 대기업 맥주보다 1.5배 더 높았다. 500ml를 기준으로 대기업 맥주의 과세표준은 325원인 반면 하우스 맥주의 과세표준은 488원이었다. 이에 따라 주세도 대기업 맥주의 경우 234원을 냈고 하우스 맥주의 경우 352원을 부담했다.
현행법상 주세율은 종량제가 아닌 종가세다. 제조원가와 이윤을 더한 과세표준에 72%의 단일 주세율과 교육세 30%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제조원가+이윤)이 1000원이면 세금은 1069원이다. 세금 내역은, 주류세 720원(과세표준의 72%), 교육세 216원(주류세의 30%), 부가세 100원(10%)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2036원이 출고가가 된다. 제조원가가 높을수록 주세 비율이 높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대형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세를 내야 하는 구조다.
이처럼 ‘거꾸로 부과되는 주세구조’는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일반 기업에 부과되는 주세는 배럴당 18달러에 달했지만 연간 200만 배럴 미만의 소규모 양조업자에 부과되는 주세는 배럴당 7달러에 불과했다. 영국과 독일은 소규모 양조업체를 차등화해 세제특례를 주고 있다. 일본은 연간 1300킬로리터(kL) 이하를 제조하는 소규모 양조업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경감해줬다.
홍 의원은 “중소 맥주회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어 원재료에 대한 매입가격이 대기업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공장 출고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일률적으로 출고가격에 주세를 72% 붙이다 보니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제품 출고가격에는 72% 단일세율이 아닌 30% 이하로 낮추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홍 의원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재부 국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세금 차이를 세금액 자체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중소기업이 규모를 키워 단가를 낮춰 가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처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끔 스스로 몸집을 키워 단가와 세금을 낮추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시장진입도 힘들고 세금부담도 높은 상황에서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는 중소기업이 실제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시장 현실을 모르는 답변”이라면서 “전 세계가 중소기업 맥주에 대해 우대해주고 있는데 주세율을 똑같이 해도 괜찮다고 얘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중소기업의 세금을 줄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설기준을 완화해 시장진입을 쉽게 하면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들어서고 그들이 생산한 다양한 맥주가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맥주 맛도 좋아지고 소비자의 권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