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손실이 과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투자공사(KIC)에 위탁하는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의원실은 6일 '2012 회계연도 기재위 소관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에서 "KIC의 수익률은 2007년 이후 해마다 낮아지는 외평기금의 운용 수취금리에 비해 높다"며 "국제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외평기금이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KIC 위탁 자금의 비중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위 수석전문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외평기금은 12조3709억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고 누적결손액은 34조3961억원에 달했다. 이는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평가손익이 전년 말 대비 기말환율 하락(1153.3원→1070.6원)으로 약 6조5000억원의 손실을 낸데다, 운용 금리보다 조달 금리가 높은데 따른 이차 손실이 5조8768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의원실은 "환평가손익은 미실현 손익으로 환율에 따라 손실액이 변동될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기금 재정수지에 악영향을 주는 이차 손실이 전년도보다 5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은 결국 기금운영 실적이 전년보다 악화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차손실은 외평기금의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지급금리와 자금 운용을 통해 받는 수취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역마진에 주로 기인한다. 지난해 수취금리와 지급금리의 차는 3.16%p로 전년도 3.24%p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나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0.26%P)에 비하면 크게 벌어졌다.
수석전문의원실은 "이차손실 확대로 매년 느는 외국환평형기금의 누적결손은 기금재정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정책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능력에 대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또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또다시 국채를 발행하면 결손 규모가 늘 수밖에 없다면서 조달금리를 낮추고 운용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석전문의원실은 외평기금이 KIC 위탁을 늘려 운용이익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평기금과 한국은행으로부터 수탁받은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KIC의 지난해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 수익률은 11.83%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 등 전략적 투자 분야에서 손실을 낸 것을 제외하면 헤지펀드, 부동산펀드 등 대체자산 분야에서의 누적 수익률은 20%를 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외평기금의 KIC 위탁 계획액은 연간 100억달러다. 2007년 연간 30억달러에서 2011년부터 연간 100억달러로 확대됐으나 2011년 실제 위탁 집행액은 계획액의 절반 수준인 50억달러, 지난해에도 85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KIC가 전통자산 외에 대체자산에 투자할 때는 투자 결정에 예상 밖의 시간이 소요될 때가 있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덜 위탁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 집행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월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도 외평기금의 KIC 위탁 규모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위탁 확대를 요구해도 국회에서 깎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입력 2013.10.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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