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나라 프랑스는 국가대표 축구마저도 ‘아트 사커(Art Soccer)’로 승화시켜버린다. 2000년 전후 아트 사커를 풍미했던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는 감각적인 드리블과 돌파로 축구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 놨다.
차(車)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가 빚어낸 자동차는 같은 유럽차인 독일 브랜드들과는 디자인이나 주행 감성이 확연히 다르다.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독일차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 느낌이 강하다면 프랑스 차는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 도자기 같다. 주행 성능은 독일차에 비해 다소 처지지만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데 프랑스 차 만한 소품은 없다.
◆ 프랑스 감성 담긴 디자인
그 중에서도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는 디자인의 극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외모에 신경을 쓴 티가 난다. DS3 카브리오는 앙증맞은 외모로 시선을 끌었던 DS3에 지붕을 접어 ‘오픈 카’로 만들 수 있는 모델로, 특히 여성 운전자들의 관심이 높다.
어느덧 가을로 접어든 9월의 하늘은 차 지붕을 열고 달리기에 더 없이 좋다. 경기도 부천을 출발해 충남 태안을 돌아오는 왕복 250㎞ 거리를 DS3 카브리오를 타고 돌아봤다.
DS3 카브리오는 얼른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신 차 외관을 찬찬히 뜯어보고 싶어진다. 그 만큼 디자인이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소형차로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간 거리)가 짧고, 트렁크는 해치백 모양으로 둥글게 처리돼 있어 멀리서 보면 작은 딱정벌레를 연상시킨다. 차의 몸통 색깔과 다른 부분이 딱 두 군데 인데, 바로 측면거울 커버와 지붕 덮개다. 이 두 가지 색상은 운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는데, 몸통과 대조적인 색상을 선택하면 산뜻하고 강렬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
금속판으로 마감된 기존 DS3의 지붕과 달리 카브리오는 헝겊 소재로 마감돼 있어 좀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지붕에는 DS 시리즈 고유의 문양이 패턴으로 들어가 있어 멋스럽다.
◆ 독특한 변속 감성
종전 DS3도 그랬지만 DS3 카브리오를 처음 몰고 도로에 나가면 독특한 변속기 때문에 운전하기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이 차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는데, 좋게 말하면 주행 감성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하면 변속 충격이 심하다. 저단(1~3단) 영역에서 특히 심한데,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서있다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서 출발하면 기어 간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기어가 바뀔때마다 몸이 앞뒤로 휘청일 정도다. 2~3일 정도 운전해야 익숙해 진다. 호불호(好不好)가 다르겠으나 일부 운전자들 중에는 DS 시리즈의 아날로그적인 변속 감성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
배기량은 1.6리터(L)에 불과하지만 디젤 엔진 특성상 초반에 치고 나가는 힘은 좋다. 가속도와 관계 있는 최대 토크치는 23.5㎏·m인데, 엔진의 분당회전수가 1750일 때부터 최대치를 뿜어내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지 않아도 된다. 시내 주행에서 자주 쓰는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 힘을 발휘하는 점은 이 차가 가진 최대 장점인 것 같았다.
‘소프트 톱(지붕이 헝겊으로 된 자동차)’의 고질병인 소음 문제는 어떨까. 시내 주행에서는 크게 소음이 부각되지 않는다. 딱딱한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 때문인지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지난때 노면 마찰음이 좀 들리는데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소음이 꽤 컸다. 고속도로에 올려 시속 110㎞까지 올리자 노면 마찰음은 물론 보닛에서 울리는 엔진 소음도 크게 들려 옆사람과 얘기하는 게 불편했다. 특히 차 소리가 증폭되는 터널 안에서 소프트 톱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 지붕 열어 젖히자 높은 하늘이
해변도로에 접어들어 속도를 줄이고 지붕을 개방해봤다. 일부 컨버터블 자동차들 중에는 차를 완전히 멈춰야 지붕이 열리는 반면, 이 차는 시속 100㎞ 이상에서도 열어 젖힐 수 있다.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변신을 마치는 데 16초면 충분하다.
헝겊 소재의 지붕은 잘 포개어 져 해치백 아래까지 내려가는데, 대신 뒷좌석 창문이나 지붕을 받치는 기둥(필러)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파노라마 선루프를 조금 크게 만든 것 정도로 보인다. 그래도 선루프 보다는 개방감이 훨씬 커 날씨가 좋을 때 열고 달리는 맛이 일품이었다.
다른 컨버터블 자동차들이 마찬가지듯 지붕이 접히는 공간을 위해 짐을 싣는 공간은 많이 희생했다. 트렁크 입구가 좁아 높이가 높은 짐은 싣기 어렵다. 뒷좌석을 접으면 지붕을 통해 추가로 짐을 실을 수 있기는 하다.
DS3 카브리오의 가격은 3390만~3630만원으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감안해도 다소 비싸다. 그러나 1L당 19㎞에 이르는 연비를 감안하면 비싼 가격에 따르는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