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국내 판권을 인수한지 불과 1년도 안돼 성공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초 아웃도어 사업에 의욕을 가지고 세계 3대 스포츠그룹인 아머 스포츠(Amer Sports)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는 올해 초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살로몬 아웃도어’ 전개를 추진했다”며 “2020년까지 ‘살로몬’을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등산화를 주축으로 한 살로몬 제품이 국내 지형에 맞지 않아 수요가 많지 않고 살로몬 본사가 요구한 계약조건 때문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제대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살로몬 국내 판권을 보유한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5년 동안 살로몬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했지만,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면서 "막판에 재고 상품을 떨이판매해서 겨우 본전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살로몬 국내 판권 인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살로몬의 핵심 제품인 등산화가 바위산이 많은 국내 지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일 정도로 산의 비중이 높고, 등산로에 바위 지대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 살로몬 등산화의 경우 운동화 제조 공법으로 제작돼 가벼운 대신 미끄럽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가 오면 바위에 물기가 많아 미끄러짐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어 등산객의 낙상 사고로 이어지기 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의류의 경우 프랑스와 우리나라 등산객의 색상이나 디자인 등의 대한 취향이 달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등산화는 상황이 다르다”며, “살로몬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다녀온 지인 중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넘어져서 다쳤다는 소비자가 항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판매 과정에서 죄의식마저 들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살로몬 본사와 체결한 국내 판권 조건도 수익성을 남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레드페이스가 살로몬 판권을 포기의 의사를 밝힌 이후 살로몬 본사는 코오롱 스포츠를 비롯해 제일모직, LG패션, K2, 노스페이스 등에 판권 인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 판권 인수를 거절했다. 등산화가 국내 지형에 맞지 않아 수익 창출이 불투명하고, 판권 인수 조건도 매력적이지 않아 굳이 인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살로몬 본사로부터 재계약 조건으로 로열티로 매출액의 7%(최소 로열티 2억4000만원), 연간 최소 수입물량 400만유로(한화 약 60억원)의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살로몬 본사가 신세계인터내셔날에도 이 수준 이상의 계약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내부에서도 살로몬 사업과 관련해 판단을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살로몬 본사의 컨펌(확인) 과정이 복잡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아웃도어 관련 의류 등의 트렌드를 쫒아가기 쉽지 않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살로몬 브랜드의 사업성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계속 사업을 해야 할지를 놓고 인터내셔날 내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