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횡단철도 연결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직후 국내 재계 총수 중에 처음으로 사업추진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은 현대자동차·현대로템·현대글로비스(086280)·현대건설(000720)등 계열사가 총동원 될 수 있는 유망한 사업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경제정책에 빠르게 호응해 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시각도 있다.
◆ 유라시아 횡단철도,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업과 시너지 효과 커
아직 사업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현대로템이 추진 중인 유라시아 횡단 철도 관련 사업은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들이 종합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6일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것은 시베리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횡단철도에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거쳐 수직으로 올라가는 종단철도를 연결하는 게 골자다.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우선 현대로템은 부산과 유럽을 오가는 기차를 공급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광역교통공사(CPTM)와 4500억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굵직굵직한 해외 전동차 공급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종합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배가 아닌 기차를 이용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북유럽까지 화물선으로는 약 한달 정도 걸리지만, 기차를 이용하면 열흘 정도면 충분하다. 수송 기간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000720)이 철도 구축 사업에, 현대제철(004020)이 철도레일용 철강 조달에 각각 참여할 수 있다.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통해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완성차는 물론 현대모비스(012330)의 자동차 부품이 싸고 빠르게 유럽으로 운송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경우, 굳이 유럽 현지에 자동차 공장을 짓지 않아도 기차에 얹어 수출 물량을 실어 나를 수도 있다.
평소 정몽구 회장은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면 훨씬 경제적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다며 관련 사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대통령 ‘유라시아 철도’ 정책 비전에 가장 먼저 호응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발빠른 대응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진행된 정책 공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권 들어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이나 일자리 나누기 등 핵심 정책에 재벌 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정권 출범 직후인 4월,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과 연 2만5000톤 규모의 철 분말을 양산할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6조1000억원, 신규 고용은 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같은 달에는 이노션·현대글로비스가 독점하다시피 한 그룹의 광고·물류 일감을 외부 중소기업 등에 나눠주기로 했다.
이달 말 방영 예정인 현대차그룹 이미지 광고는 직원 10명 규모의 소규모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에어'가, 현대차 주력 모델인 '쏘나타' 광고는 SK(034730)그룹 계열사 SK플래닛이 맡기로 했다. 정몽구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이노션 지분 전량(지분율 20%, 1000억원 상당)을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출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유라시아 철도 사업 자체가 실체가 분명치 않은 사업이지만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움직여 준다면 의외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