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4일 "이스라엘은 한국 창조경제의 모델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독일과 영국을 더한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계 등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해온 이스라엘 모델 대신 다른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최 장관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자원이 없는 나라를 일으켜 세운 점, 국민이 창업에 적극적인 점은 이스라엘로부터 배울 만하지만, 경제 환경이 달라 우리가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이 약한 이스라엘식 발전 모델을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따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최 장관은 "이스라엘은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한 뒤 사업 확장은 대부분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국에서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수익을) 환원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상황이 다른 이스라엘이 모델로 거론되면서 창조경제의 방향성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스라엘 모델은 전적으로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최 장관은 새 모델로 제시한 독일에 대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제조업이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고루 강한 독일은 대·중소기업 상생과 기술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아직 독일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 대해서는 "제조업은 약하지만 디자인·문화 쪽에서 이미 창조경제를 이룩했다"며 "이 부문이 전체 국가 경제의 6~7%를 차지한다"고 했다. 최 장관은 "제조업 등 일부 부문만이 아니라 문화를 포함한 전체 산업에서 창조경제를 이루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동안 '창조경제 사령탑으로서 미래부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미래부의 권한을 확대해서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현재 상황에서도 미래부가 각종 관련 정책을 총괄할 수 있다"면서도 "예산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에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편성·조정하는 권한이 없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부처 간 협력이 필수"라고 했다. "지금 우리 정부가 일하는 방식은 영역을 나누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조입니다. 두 부처가 같이 일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효율적인 협력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 숙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최 장관은 재임 중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을 소프트웨어(SW) 강국으로 만드는 것"을 들었다. 그는 "SW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자산이자 결과물"이라며 "어릴 때부터 누구나 SW를 배우는 환경을 만들고, 정부가 SW 제값 주기에 앞장서는 등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동전화 가입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우체국에서 알뜰폰(자체 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대형 통신사의 망을 빌려 저렴하게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을 판매해 유통망을 넓혀 주는 등 미래부가 시행 중인 정책을 예로 들었다. 최 장관은 "휴대전화 사용 습관에 맞는 요금제를 알려 주는 '스마트 초이스' 모바일 앱도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다"며 "다양한 사용 습관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형 요금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