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여파로 현대자동차의 8월 내수 판매량이 7월 대비 19.6% 감소한 4만7680대를 기록했다. 이는 설 연휴가 있었던 올 2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6개월 만에 월 판매 실적이 5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8월을 제외한 월평균 판매량은 5만5000대 수준이었다. 2일 회사 측은 "지난달 20일부터 노조가 하루 최대 8시간 부분파업과 특근·잔업 거부 투쟁에 돌입하면서 총 3만50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며 "이 여파로 인기 차종 출고가 지연됐고, 판매에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파업이 시작된 기아자동차 역시 8월 내수 판매가 7월보다 6% 감소했다.
반면 큰 갈등 없이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휴가철이 겹쳐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8월에도 판매가 0.1~0.8% 소폭 늘었다. 쌍용차는 7월 말~8월 초 업계 최장 8일간 휴가를 실시해 8월 판매량이 7월보다 10.6%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의 8월 판매량이 작년 8월 대비로는 각각 32.6%와 21.6% 늘었는데, 이 역시 지난해 파업에 따른 '착시(錯視) 효과'다. 지난해 두 회사 노조는 올해보다 한 달 이상 이른 7월 중순에 파업에 돌입, 8월에 본격적인 투쟁을 벌였다. 작년 8월 현대차 노조는 11일간 부분파업 등을 벌여, 총 6만8030대가 출고 지연됐다. 올 8월 대비 생산 차질 규모가 2배 가까이 컸던 셈이다. 이 때문에 작년 8월 판매가 금융 위기 수준으로 뚝 떨어졌었다. 사측은 "올해는 작년보다 늦은 8월 20일 파업이 시작돼 본격적인 판매감소 여파가 9월에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대·기아차가 노조에 발목이 잡힌 사이, 한국GM·쌍용차·르노삼성 등 3~5위 업체들이 선전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파업 영향이 없었던 지난 7월 현대·기아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80.7%였는데, 8월에는 78.6%로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내 공장 생산 차질 여파가 해외에까지 미쳤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한 물량이 7월보다 8470대, 9%가량 줄었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해외 수출량이 1.4%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이 현대·기아차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45.3%로, 지난해 같은 기간(51.1%) 대비 5.8%포인트 줄어들었다. 노조 파업에 따른 국내 판매량 감소 소식에 2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각각 1.81%와 1.49% 하락 마감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안을 놓고 22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날도 노조가 하루 8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3일자 B1면 "파업 여파… 현대車 8월 내수 판매 19.6% '후진'" 기사 8월 판매량 그래프에서 전월 대비 판매가 0.1% 늘어난 것은 르노삼성차, 10.6% 떨어진 것은 쌍용자동차로 각각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