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다고 알려지며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6년만에 이뤄지는 것이라 정기 세무조사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관례로 볼 때 수천억원대의 추징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과세당국의 세무조사가 강한 편이어서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05년과 2007년에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2000~2004년분 법인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5년 세무조사에서 현대차에 196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2005년 당시 현대차의 매출액은 27조3837억원. 지난해 현대차 매출액은 43조1624억원(단독 기준)으로 매출 규모가 당시보다 57% 커진 상황이라 추징금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은 2007년에도 현대차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2006년 일어났던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별 조사 성격이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세무조사에서 해외 거래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르노삼성과 한국GM 등 최근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해외 본사와의 거래 가격이나 로열티 과다 지급 등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로 수입하는 부품 가격을 부풀리고 해외로 수출하는 완성차의 가격을 낮추면 이익을 줄여 법인세도 줄일 수 있다. 본사에 로열티 등 각종 수수료를 많이 지급해하는 경우도 이익이 줄어 법인세가 줄어든다.
지난해 말 세무조사를 받은 르노삼성의 경우 올 초 7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매출은 현대차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조6500억원이었다. 르노삼성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현대차도 해외 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집중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1.4%에 달했다. 판매량을 봐도 현대차는 상반기 국내·외에서 만들어 판매한 238만여대 중 국내 판매량은 13%에 해당하는 32만여대에 불과하다. 법인세의 근거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해외 매출에 좌우되는 것이다.
여기에 올 들어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인데다, 국세청이 지난달 100대 기업과는 사적으로 만나지 않겠다는 국세 행정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는 점 등이 이번 세무조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는 당시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쟁점 사항에 대한 소명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추징금은 생각보다 많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세무조사에 따른 위험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서 이익을 많이 내면 해외 이익이 그 만큼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세금을 많이 내면 해외에서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때문에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그동안 국내·외 과세 당국이 협조해 과세 수준을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년만에 진행하는 세무조사라 현대차가 정기 세무조사에 대한 대비를 잘 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예상치 못한 세금이 나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반기에만 단독 기준으로 1조9161억원, 연결 기준으로는 4조27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