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연소득 6000만원(과세표준 46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와 전문직 종사자 등의 기부금 세금 감면이 줄어들게 된다. 이달 초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기부금에 대한 공제를 기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방식은 과세 대상 소득에서 기부금을 제하고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고, 세액공제 방식은 납세자가 낸 세금에서 기부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고소득자는 소득세율(최고 세율 38%)이 높기 때문에 소득공제 방식이 더 혜택이 크다. 그런데 정부가 세액공제율을 15%로 정해 이보다 세율(24% 이상)이 높은 연소득 6000만원 이상 기부자들의 세금 감면 폭이 줄게 됐다.
이에 따라 중상위 소득 계층 시민들의 각종 기부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월급쟁이인 중산층이나 전문직 종사자는, 박애심도 있지만 세제 혜택을 보고 기부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식의 세제 개편은 이제 막 확산되는 중산층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한 해 기부액은 2011년 소득공제액 기준으로 7조800억원인데, 이 중 43%인 3조300억원이 연 소득 6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이 낸 것이다.
◇연 소득 7000만원, 연 200만원 기부자 세금 18만원 더 내
정부는 내년 세제 개편안을 만들면서, 기부금·의료비·교육비 등 특별 소득공제에 대해서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세금 감면 폭이 커진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세액공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세액공제율은 모든 소득 구간에 대해 15%로 같게 정했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율보다 소득세율이 높은 소득 구간에서는 세금 감면 폭이 줄어들게 됐다. 소득세율은 연 소득에서 각종 공제를 빼고 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달라지는데, 과표 4600만원 초과(연 소득 약 6000만원)~88 00만원은 24%, 8800만원 초과(연 소득 약 1억원)~3억원은 35%, 3억원 초과는 38%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기부금 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연 소득 7000만원인 경우에 연간 200만원을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한다면 이전에는 세금을 연간 48만원 감면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30만원만 감면받을 수 있어 실질적으로 세금이 18만원 늘어나게 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연 소득 6000만~8000만원의 근로자는 기부금을 연간 평균 189만원 내고 있어, 이 구간 소득의 기부자는 평균 17만원 세금 감면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사회복지시설 등 기부금 모금 단체들은 이런 세제 개편이 미칠 파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희정 NPO공동회의 사무국장은 "이미 정부와 국회가 연초에 기부금에 특별 소득공제 한도 2500만원을 적용해 거액 기부자들의 세금 감면액을 대폭 줄이면서 기부 의욕을 꺾었는데, 이번엔 아예 중산층의 기부 의욕까지 꺾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인 기부금 43%가 세금 감면 축소의 영향권
연 소득 6000만원이 넘는 기부자들이 한 해에 내는 기부금은 2011년 기준으로 3조300억원으로 전체 개인 기부금의 43%에 해당한다. 개인 기부금의 절반 가까이 세금 감면 축소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영향권에 들어 있는 기부자만 98만여명에 이른다.
그동안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는 우리나라 기부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정부·지자체 등에 내는 법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는 지난 2000년 연 소득액의 5%에서 100%로 확대됐다. 또 사회복지시설 등에 내는 지정기부금의 공제 한도도 1999년 5%, 2000년 10%, 2008년 15%, 2010년 20%, 2012년 30%로 꾸준히 확대됐다.
이에 따라 개인 기부금은 눈에 띄게 늘었다. 1999년 8500억원에 불과했던 개인 기부 소득공제액은 2011년 7조원을 넘겨 8배로 성장했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기부금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연소득 6000만원 이상 기부자의 기부금은 2006~2011년 5년 동안 1조5300억원에서 3조300억원이 돼 2배 이상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개인 기부금은 36% 느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거 '기부 문화 확산'을 정책 기조로 삼던 정부가 이제 와서 왜 중산층의 기부 의욕을 꺾는 대책을 내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실장은 "이제 막 꽃피려고 하는 중산층 이상의 기부 문화의 싹을 왜 자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기부 문화 활성화에는 관심이 없고, 세수(稅收) 늘리는 것만 중심으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우리나라처럼 복지 재정이 적은 나라에서 기부는 복지 예산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기부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이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 소득공제, 세액공제
소득공제는 연봉 중에서 교육비, 의료비 등 각종 지출액을 뺀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일단 소득 전액에 대해 세금을 매긴 다음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1000만원인 사람에게 1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 900만원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매긴다는 뜻이고, 세액공제 혜택을 5만원을 준다는 것은 일단 소득 1000만원에 대해 소득세를 매기고 여기서 5만원을 빼준다는 뜻이다.